“내 딸 독재 안겪기를…” 미얀마 경찰도 저항의 ‘세 손가락’

입력 2021-02-10 11:22 수정 2021-02-10 11:30
현지 경찰관이 시위 군중들과 함께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군부를 규탄하고 있다. 미얀마 나우 트위터 캡처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대규모 군중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위대 편에 서기로 한 경찰관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10일 현지매체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전날 ‘아웅 꼬 꼬’라는 이름의 경위가 수도 네피도에서 시위대에 합류했다. 아웅 경위는 시위대 편에 서 바리케이드와 방패로 시민의 행진을 막는 동료 경찰들에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독재자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타도’를 촉구하는 성명도 냈다. 아웅 경위는 성명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우리의 싸움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오랜 감옥 생활을 해야 할 걸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5000만명이 넘는 국민과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를 위한 이 싸움에서 설사 가장 사랑하는 딸을 잃는다 하더라도 딸이 흘라잉이라는 독재자 치하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시위대 편에 선 경찰이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미얀마 나우 트위터 캡처

제복 차림의 한 미얀마 경찰관이 시위대에 합류해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의미의 세 손가락를 치켜세우고 있다. 시민들의 박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나우 트위터 캡처

미얀마나우는 아웅 경위뿐만 아니라 중부 마그웨 지역에서도 경찰 4명이 시위대에 합류했다고 현지 SNS를 인용해 전했다. 매체는 이 가운데 일부 경찰은 쿠데타 불복종을 상징하는 빨간색 리본을 달았다고 덧붙였다. 빨간색은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상징한다.

현지 매체 일레븐도 경찰 3명이 마그웨대학 앞에서 시위대 행진을 막던 중 군중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박수로 이들을 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은 일레븐에 “국민의 경찰이 돼 달라는 국민 요구에 더는 귀를 닫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미얀마 양곤에서 한 여성이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아 세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