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가 서울 삼성에서 물을 만났다. 적재적소에 공을 뿌려서 포워드와 센터에 공을 수혈해주는 역할을 부여받은 그는 팀의 슈팅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김시래는 트레이드된 지 단 두 경기 만에 팀 시즌 최다 어시스트를 해내면서 슛 효율성 면에서는 팀을 리그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김시래는 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5라운드 전주 KCC 이지스와 경기에서 6점 1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팀은 비록 선두인 KCC를 상대로 83-88로 아쉽게 졌지만, 김시래는 올 시즌 삼성의 한 경기 최다 어시스트 기록을 경신했다. 친정팀 창원 LG를 상대로 한 지난 6일 삼성 데뷔전에서도 8어시스트를 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끈 바 있다.
김시래가 부여받은 역할은 우선 메인 볼 핸들러로서의 역할이다. LG에서는 평균 어시스트 5.7개를 기록했지만 이적 후 지난 두 경기 동안 평균 9.5개를 기록하면서 60% 높은 효율을 보였다.
김시래의 어시스트는 삼성 선수들의 효율적인 슈팅을 도왔다. 3점 슛을 포함한 효율적인 슈팅 지표를 나타내는 EFG(Effective Field Goal Percentage)에서 52.5%를 보이며 리그 1위에 올라섰다. 슛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TS(True Shooting Percentage)에서도 55.2%로 리그 1위였다. 김시래의 이적 전까지 중위권에 머물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시래의 패스 수혈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것은 삼성의 빅맨진이다. 특히 김준일이 두 경기 연속 10득점을 해내면서 시즌 초반의 영광을 되찾는 모양새다. 그가 지난 5경기 동안 평균 6.6득점을 하면서 필드골 성공률 38.8%에 그쳤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필드골 성공률은 76.9%로 정확히 2배가 상승하면서 효율이 극대화됐다. 아이제아 힉스는 두 경기 연속 15득점 이상을 기록했고, 함께 이적한 테리코 화이트도 두 경기 평균 15.5득점에 2점 슛 성공률 62.5%를 자랑했다. 이전 LG에서 평균 11.2득점에 그쳤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김시래는 팀의 슛 효율은 극대화했지만 이적한 뒤 본인의 슛 효율은 떨어졌다. LG에서 평균 12.1득점을 기록한 것에 비교해 삼성 이적 후 두 경기 동안 단 평균 5득점을 기록했다. 볼 수급의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그의 필드골 성공률은 23.5% 특히 3점 슛 성공률은 16.7%에 그쳤다. LG에서보다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김시래가 삼성을 봄 농구로 향하는 6강에 이르게 할 수 있을지 남은 5·6라운드가 주목된다. 삼성은 현재 17승 21패로 7위에 머물러 있다. 6위 부산 KT와는 2.5경기 차다. 그가 정통 가드로서의 면모를 더욱 부각하면서도 트레이드 후 잃어버린 슛 감각만 다시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