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물고문’ 10살 조카 숨지게 한 이모 부부, 구속영장

입력 2021-02-09 23:37
지난 8일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이모 댁에 맡겨졌던 10살 여자아이가 학대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학대 사망사건 발생 후 폴리스라인이 쳐진 용인시 내 이모의 아파트 입구. 연합뉴스

열 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부부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9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A씨 부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내일 오후쯤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8일 낮 12시35분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의 A씨 부부 집에서 B양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못한다”는 A씨 부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B양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이후 B양의 몸 곳곳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병원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A씨 부부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아이가 요새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해 이틀 정도 때렸고 훈육 차원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아이를 물속에 넣었다 빼는 행위를 몇번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 부부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 부부가 ‘물고문’을 시인했지만, B양 시신에서는 익사한 경우 주로 나타나는 선홍색 시반(사후에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이 보이지 않아 익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의 시신을 부검한 부검의도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외상에 의해 생긴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시켜 쇼크를 불러와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물고문과 그전에 이뤄진 폭행이 쇼크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B양의 몸에서는 A씨 부부 집에서 나온 플라스틱 파리채, 플라스틱 빗자루에 맞아 생긴 것으로 보이는 멍과 상처가 다수 발견됐다. A씨 부부도 이를 폭행에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B양의 정확한 사인은 자세한 부검 결과가 나오는 2주 정도 뒤에 확인될 전망이다. 경찰은 B양에 대한 A씨 부부의 폭행 등 학대가 언제부터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A씨 부부의 친자녀인 12살, 5살, 2살 아이들도 학대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다만 2살 어린이는 태어난 직후부터 친척 집에 맡겨져 학대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