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운동)하세요.”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힘들어지면서 몸무게가 늘어난 ‘확찐자’들에게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설 연휴는 큰 고비다.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지만 정말 맛있는 명절 음식들의 유혹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자칫하면 ‘커리어 하이’ 몸무게를 달성할지도 모를 확찐자들을 위한 홈트레이닝 조언을 얻기 위해 지난 3일 제주 서귀포의 전지훈련 숙소에서 ‘지옥의 체력 훈련’으로 유명한 길레미 혼돈(39·브라질) 대전하나시티즌 피지컬 코치를 만났다.
“명절 다이어트를 위해선 스쿼트, 런지, 팔굽혀펴기 등 몸무게에 저항하는 운동이 좋다”고 조언한 혼돈 코치는 직접 추천 운동 시범도 보였다.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팔을 굽힐 때와 펼 때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들어 올려 상체와 하체 뒷부분을 동시에 수축시키는 운동이었다.
시범을 보인 뒤 혼돈 코치는 “30분 정도 지속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일단 하는 것이다. ‘몸이 더 좋아지면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냥 바로 움직여라. 덜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단 낫다. 사람은 항상 운동을 해야 한다”고 정곡을 찔렀다.
혼돈 코치가 추천하는 홈트레이닝 동작
혼돈 코치는 2015년부터 K리그에서만 4개 팀을 거치며 선수들에게 지옥을 선사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합류한 대전 전지훈련장에서도 ‘악명’은 이어지고 있다. 선수들은 “정말 지옥 같다”고 혀를 내두른다. 혼돈 코치에게 체력훈련의 전권을 쥐어준 이민성 감독은 그런 엄격한 훈련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박수를 보낸다.
혹독한 훈련 스케줄을 요구하는 이유는 모든 선수가 포지션별 ‘표준 체력’을 갖춰야 해서다. 공수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최전방부터 모든 선수가 함께 압박을 펼치는 게 현대 축구의 흐름이고, 대전 축구의 지향점이다. 스쿼드 인원 중 한 명이라도 체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전술 수행이 힘들어진다.
혼돈 코치는 “브라질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월드컵에서 독일에 1대 7로 졌다”며 “선수들이 파워·지구력 훈련에서 자신이 설정한 한계를 뛰어 넘게끔 도와주는 게 저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호날두든 메시든 나와 함께 일하는 선수가 컨디션을 찾지 못한다면 최고의 요구를 해서 핏(fit)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입국한 K리그2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 바이오(26·브라질)에 대해서도 혼돈 코치는 엄격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바이오는 기술적으로 많은 걸 갖추고 있는 선수지만 세 자릿수 몸무게를 찍기도 하는 등 체력적인 부분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혼돈 코치는 바이오가 한국에 입국하기 전부터 연락을 취하며 몸 상태를 준비하고 오라는 엄중한 ‘경고’를 했다고 한다.
혼돈 코치는 “K리그에 온 외국인 선수들 중엔 테크닉이 좋지만 체력 문제로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해 롱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바이오는 K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체력이 뒷받침돼야 기술이 더 특출 나게 돋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바이오가 현실을 깨닫게 하겠다”며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열정적인 교육 문화와 발전을 위한 향상심이 자신의 성격과 잘 맞아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는 혼돈 코치는, 이제 한국 국가대표 피지컬 코치가 돼 손흥민의 체력을 관리하고 싶다는 꿈도 꾼다. 그는 “K팝이나 삼성 등을 보면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나라”라며 “그런 문화 덕에 15년쯤 뒤엔 축구에서도 세계 톱10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저도 그 길에 기여하고 싶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서귀포=글·사진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