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으면 실탄 사격” 경고에도…미얀마는 용감했다

입력 2021-02-09 18:11
지난 8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무장경찰이 시위대 앞을 가로막고 있다. 경고판에는 '이 선을 넘을 경우, 경찰은 실탄을 발사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군중 시위가 대규모로 이어지는 가운데 현지 경찰이 처음으로 허공에 경고 사격을 한 뒤 고무탄을 발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군과 경찰의 진압 시위가 점점 거세지고 있지만,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에 끝까지 맞서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9일(현지시각) 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은 이날 미얀마 경찰이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허공 경고사격을 한 뒤 고무탄을 발사했다고 목격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목격자는 로이터에 “경찰이 시위대 방향이 아닌 허공을 향해 총기를 발사해 시위대가 물러났다”며 “경찰이 대규모 시위대가 뒤로 물러나도록 물대포를 발사했는데, 시위대가 이에 대항해 돌 등을 던졌다”고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AFP통신도 목격자를 인용해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발사했다고 했다. 그는 AFP에 “두 차례 경고 사격이 허공을 향해 이뤄진 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발사했다”며 몇 명의 부상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9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경찰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이틀 연속 물대포 발사다. AFP 연합뉴스

지난 8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경찰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처음으로 물대포를 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네피도에서는 이날도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 강경 대응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특히 시위대 행진을 가로막으며 “해산하지 않을 경우, 무력을 사용해 해산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가 지난 8일 찍은 사진 등을 보면 총기를 든 경찰 앞에 놓인 빨간색 표지에는 ‘이 선을 넘을 경우, 실탄을 발사할 것’이라는 경고 문구까지 적혀있다.

하지만 미얀마 시민들은 이날도 최대 도시 양곤과 수도 네피도, 제2의 도시 만달레이를 중심으로 나흘째 대규모 평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군정이 전날 양곤과 만달레이 일부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해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통행을 금지하고, 5명 이상 모임과 공공 연설을 금지했지만 굴복하지 않았다.

지난 8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군중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8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성난 군중들이 군경과 대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AFP는 이날 오전 양곤시 산차웅 구에서는 교사 200명가량이 도로를 따라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인세인 구에서는 철도국 직원들이 거리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 단결해 싸워나간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