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전가 공무원 엄벌”부산 지하차도 참사 유족 호소

입력 2021-02-09 17:51
양 대로에서 흘러내린 빗물로 인해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저수지'로 변하는 과정이 담긴 CCTV를 24일 동구청이 공개했다. 부산 동구청 제공. 연합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갑자기 물이 차올라 3명이 희생된 부산 초량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유족들이 법원에 “‘무사안일’ 공무원들을 단죄해달라”고 호소했다.

9일 부산지법 형사1단독(조현철 부장판사)은 초량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부산 동구청 공무원 2명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초량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 23일 오후 9시30분쯤 부산에 내린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이곳을 지나던 차량 6대가 갇혀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고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로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민간 전문가 등이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정밀감식에 나선 가운데 현장을 찾은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는 당시 사고로 숨진 김모(29)씨의 외삼촌 등을 비롯해 유족도 참석했다.

김씨의 외삼촌은 “재판장님 이번만큼은 반드시 단죄해달라”며 “억울한 희생은 없어져야 한다. 단호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시치미를 떼는 것을 봤다”며 “재난 때 상황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의무는 안 하고 발뺌하는 것을 보니 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유족 역시 “이번은 희생자가 3명이지만 다음에는 30명, 300명이 될 수 있다”며 재판장에게 엄벌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법정에서 피의자들 또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힘들어했지만, 그분들은 희망이 있지 않냐, 가족을 다시 볼 수 있고, 내일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에게는 내일이 없지 않냐”고 울먹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3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일주일 전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된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

한편 구속영장이 청구된 공무원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업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사고 충격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변호인 측 역시 시스템의 문제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공무원 2명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동구청 홈페이지 캡처

앞서 경찰은 수사를 통해 지하차도 관리를 게을리한 혐의 등으로 동구 부구청장과 담당 부서 공무원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또 외부에서 간담회를 한 뒤 시청으로 복귀하지 않고 관사로 퇴근한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로, 폭우 때 실제로 하지도 않은 상황판단 회의를 했다고 회의록을 작성한 동구청 공무원 2명과 부산시 공무원 1명에 대해서도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이후 검찰이 보강 수사를 벌여 공무원 2명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