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 남양초등학교 우도분교의 마지막 졸업식이 열린 5일 섬과 뭍을 잇는 길에서 송민정 분교장(왼쪽)과 졸업생 곽경현군이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에선 초등학교 폐교가 잇따르고 있다. 아래 사진을 송민정 분교장과 곽경현 군의 졸업식과 마지막 수업을 시간 역순으로 구성했다.
송민정 분교장(왼쪽)과 경현이는 마을에 다다를수록 더욱 말이 없어졌다. 뒷자리에서 바라본 두 사람의 표정은 어색했다. 이별이라는 상황이 익숙치 않은 까닭이다. 선생님은 혹시나 혼자 저녁을 거를까 “케익 먹어, 케익”하며 걱정했다. 그리고 “진짜 간다 이제”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러자 경현이는 “응, 화요일에 뵐게요”라며 말했다. 돌아오는 화요일은 선생님이 분교의 짐을 정리하러 오는 날이다.
“할머니 경현이 졸업했어요, 축하해주세요” 경현이 할머니와 친한 이웃 할머니를 만난 송민정 선생님이 이제 오지 않는다는 인사를 하자 경현이는 혼자 속삭이듯 “이제 올 생각이 없구만”하고 속상한 듯 말했다.
"경현아 짜장면! 졸업식엔 짱자면 먹어야 돼"
졸업식을 마친 경현이가 선생님과 함께 짜장면을 먹고 있다.
“경현아 너 울어? 이제 정말 너 혼자 어떻게 사냐...”
사춘기에 접어든 무뚝뚝한 아이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선생님은 복 받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그렇게 한동안 자신들의 추억을 눈물로 쏟아냈다. 지난 5일 전남 고흥군 남양초등학교에서 우도분교의 마지막 졸업생 곽경현 군의 졸업식이 열렸다. 학교 측은 본교인 남양초의 졸업생 또한 6명 밖에 되지 않아 경현이와 합동 졸업식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본교와 분교로 나눠졌지만 꾸준히 체험 활동을 같이 하면서 본교 친구들과 정을 쌓아둔 터다. 하지만 그에겐 가장 소중한 친구는 송민정 우도분교장이다. 마지막 수업 일에도 크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경현이는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던 선생님 또한 중학교 진학을 위해 섬을 떠나 하숙하며 홀로 지낼 경현이 걱정에 눈물을 흘렸다.
졸업식이 열리는 아침 8시 30분 우도에서 그를 차에 태워 본교인 남양초로 나왔다. 고흥군과 우도를 잇는 다리 반대편에 서서 바라본 아이의 모습은 아직 졸업이라는 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이 와닿지 않는 듯했다. 경현이는 어제처럼 장난기 어린 얼굴로 해맑게 미소 지었다. 송민정 선생님 또한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하루와 같은 표정으로 본교로 향했다.
우도분교의 마지막 수업이 열린 4일 경현이가 송민정 분교장과 인사를 나눈 뒤 돌아서고 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친 경현이가 4일 모교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있다.
송민정 분교장과 곽경현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스마트폰에 표시된 1977년 당시 분교의 사진과 대비된다.
송민정 분교장과 곽경현 군이 마지막 수업을 마친 4일 함께 교실의 불을 끄고 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친 송민정 분교장과 곽경현 군이 교실을 정리하고 있다.
경현이의 마지막 소원은 선생님과 걸어서 마을 한 바퀴를 도는 것이다. 4일 송민정 분교장과 경현 군이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우도와 고흥군을 잇는 다리를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선생님에게 저 다리는 우도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경현이와 고동을 잡느라 물 때를 놓쳐 급히 다리를 건너다 물에 빠진 것이다. 한 시간 이상 차에 갇혀공포 속에서 울었던 기억도 이제는 추억 거리다.
마을 주변을 걷던 송민정 분교장과 곽경현 군이 손뼉을 마주치고 있다. 우도 분교를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선생님 집에서 보드 게임하고 잠 잤을 때라는 경현이는 “학교가 유일한 놀이터였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좋았다”고 답했다.
우도분교의 마지막 수업이 열린 4일 송민정 분교장과 곽경현군이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각자 나눠 가진 앨범에 쓰고 있다.
송민정 분교장과 곽경현군이 4일 우도분교에서 마지막 수업을 하고 있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 박의길(61)씨는 “이제는 100명 남짓한 마을에 젊은 사람들에 속하는 나이가 5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이라며 고령화의 심각성을 전했다. 또 다른 주민 우도분교 9회 졸업생 어춘래(65)씨는 “폐교를 막으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되야제 그게. 이해는 한디 속상하제. (마을에)애기들 많아서 지들끼리 싸우고 그럴 때가 좋았는디...”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바다가 길을 내줘야 갈 수 있는 전남 고흥군 남양면 우도의 남양초등학교 우도 분교 전경. 고령화와 인구감소, 도시 집중의 세태 속에서 섬은 쓸쓸히 늙어가고 있었다.
바다가 길을 내줘야 갈 수 있는 전남 고흥군 남양면 우도. 하루 두 번 썰물 때 바닷물이 갈라지며 뭍과 연결된 1.2㎞ 도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길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보이는 남양초등학교 우도분교에서 지난 5일 졸업식이 열렸다. 섬의 유일한 학교에 전교생이 딱 한 명이었는데 그 한 명, 곽경현군이 졸업했다. 신입생이 없어 3년간 휴교에 들어간다. 폐교 절차를 밟는 것이다. 1963년 개교 이래 섬의 교육을 담당했던 곳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아들, 오늘은 우리가 1년간 함께한 추억을 정리해볼 거야.” 지난 4일 마지막 수업에서 우도분교장 송민정 선생님은 경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 1년을 보내며 그가 경현이를 부르는 호칭은 자연스레 ‘아들’이 됐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경현이에게 그는 수업을 마치면 친구였고 엄마였다. 할머니가 병원 가느라 섬을 비울 때는 경현이를 전남 순천의 자기 집으로 데려가 재우곤 했다.
송 선생님의 하루는 늘 경현이와 아침을 먹는 것으로 시작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를 1대 1로 수업했고, 점심시간엔 함께 음식을 해 먹었고, 방과 후에 나란히 고동을 잡으러 갔다. 마지막 수업에서 송 선생님은 경현이에게 겨울나무처럼 강하게 자라 달라고 했다. 경현이는 “학교가 유일한 놀이터였는데 얘기할 친구(송 선생님)가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우도분교는 경현이가 있어서 그동안 폐교를 면했다. 지금 마을에서 젊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100명 남짓 사는데 50~60대가 젊은 축에 드니 학교에 다닐 아이도 없다. 우도분교 9회 졸업생인 주민 어춘래(65)씨는 “폐교를 막으려 해봤지만 그게 되야제 그게. 이해는 한디 속상하제. 애기(아이)들 많아서 지들끼리 싸우고 그럴 때가 좋았는디…” 하며 아쉬워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도시 집중의 세태 속에서 섬은 쓸쓸히 늙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