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 못 모이고 물가 오르자…“차례상 통째 구매하거나 간편식으로”

입력 2021-02-09 17:11 수정 2021-02-09 17:16
이마트 자사브랜드 피코크에서 판매 중인 명절 음식 HMR. 이마트 제공

같은 ‘비대면 명절’이지만 이번 설은 작년 추석과는 또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물가 인상 영향에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까지 겹치면서 ‘우리 가족 먹을 만큼만 간소하게 준비해서 명절 분위기만 내자’는 인식이 지난 추석보다도 더 강해졌다.

9일 직장인 이모(51·여)씨는 이번 설에 처음으로 가정간편식(HMR) 제품으로 명절 음식을 준비할 계획을 세웠다. 이씨는 “최근 물가가 오른다는 뉴스도 계속 나오고 실제로 장을 보러 가도 식재료 값이 너무 올라서 선뜻 집어들기가 어려워졌다”며 “이번 설은 5인 이상 모일 수 없으니 평소처럼 대량으로 음식을 만들 필요도 없어서 가족들 먹을 만큼만 HMR 제품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이날까지도 신선식품 물가의 고공행진은 이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9일 기준 양파(1㎏) 3336원, 시금치(1㎏) 7722원, 사과(10개) 3만6294원, 배(10개) 4만7918원, 소고기 양지(100g·1등급) 6259원, 계란(30개) 7476원 등 대부분이 평년 대비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aT가 발표한 지난 4일 기준 설 차례상 구매 비용(전통 차례상 기준 28개 품목)도 전통시장 26만7392원(전년 대비 +15.8%), 대형마트 37만4370원(전년 대비 +17.4%)으로 전년보다 모두 15% 이상 올랐다.

유통업계에서는 명절 음식 간편식과 완제품을 판매하는 상차림 세트의 수요가 증가했다. 이런 트렌드는 몇년 전부터 강해지고 있었지만 올해 그런 경향이 더 짙어졌다는 게 업계 공통의 이야기다. 이마트 자사브랜드 피코크의 간편 명절 음식 매출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지난해 설을 앞둔 같은 기간보다 21.1% 늘었다. 이는 지난해 추석 때 증가폭보다 큰 수치다. 홈플러스에서는 지난 1~7일 명절 음식 간편식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 신장했다.

SSG닷컴에서도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년 동기(1월 6~19일) 대비 명절 음식 HMR 매출이 70% 늘었다. 동그랑땡·떡갈비가 355%, 모듬전이 120% 증가하는 등 같은 기간 관련 신선식품 매출이 5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증가세다. 마켓컬리에서는 지난 1~7일 명절 상차림 세트 판매량이 지난해 추석 대비 36% 뛰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설 당일에 상품을 받겠다는 예약이 50%로 작년 추석(39%)보다 크게 늘었다”며 “5인 이상 모일 수 없다보니 당일에 간단히 상을 차려 명절 분위기만 내자는 움직임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더반찬&에서 판매한 ‘프리미엄 차례상’. 동원그룹 제공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더반찬&에서 판매한 ‘프리미엄 차례상’도 작년 설 대비 판매량이 50% 늘었다. 각종 차례음식과 국내산 과일들로 차례상을 구성해 25만원에 판매한 상품이다. 동원홈푸드 관계자는 “전, 갈비찜, 잡채 등 차례음식의 판매 실적은 전년과 비슷했으나 차례상 매출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친지들이 모이지 않으니 큰집에서 차례상만 주문해 간단하게 차례를 지내자는 인식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물가 상승으로 차례상 준비 비용에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