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백신 유럽 진출하나… “최소 6개국 구매”

입력 2021-02-09 16:24 수정 2021-02-09 18:13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둔 지난 4일 구이저우성 구이양 관산후의 한 마을을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코로나19 백신을 앞세워 유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럽은 코로나19 백신 부족으로 접종 중단 사태가 벌어지자 중국·러시아 백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일 베이징에서 중·동부 유럽(CEEC) 17개 국가와의 경제협력 기구인 ‘17+1’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한다고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다자주의를 강조하며 코로나19 백신과 경제 지원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중·동부 유럽 국가 중 체코,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그리스 등 12개국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다. 당초 정상회의는 지난해 4월로 잡혔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가까이 연기됐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산 백신이 유럽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산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없앨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중국 백신 제조업체 시노백사에서 직원이 자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들고 있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글로벌타임스는 “세르비아, 헝가리, 북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등 최소 6개국이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했거나 구매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세르비아는 유럽 국가로는 처음으로 중국산 백신을 구매했고, 헝가리는 지난달 EU 회원국 중 처음 중국산 백신 사용을 긴급 승인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4일 “중국과 러시아 제조업체가 모든 자료를 제출해 투명성을 확보하면 다른 백신처럼 조건부 판매 승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이훙젠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유럽연구소장은 “CEEC의 백신 협력 의지는 중국산 백신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후위전 중국‧중앙유럽국가협력특별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중국과 CEEC는 백신과 암 연구 등 보건 분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CEEC의 비옥한 토양은 중국 약초를 재배하기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극한 경쟁’을 예고한 뒤 열리는 것이어서 시 주석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타임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열리는 이번 회의를 통해 중국과 CEEC 관계가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게 유지될 거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에서 유럽·아프리카로 이어지는 해양 실크로드를 잇는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다. 중‧동부 유럽은 일대일로의 철도가 관통하는 핵심 지역으로 중국은 이들 국가에 인프라 투자를 약속하며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과 CEEC간 무역은 2020년 처음 1000억달러(111조7000억원)를 넘어섰다. 양측 교역량은 2012년 이후 매년 8%씩 성장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