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학개미들, 9시만 되면 화장실로 뛰어간다”

입력 2021-02-09 15:51
한국의 '동학개미' 주식투자 열풍을 소개한 9일 자 아사히신문 지면. 연합뉴스

“한국의 젊은 사원들은 아침 9시만 되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전한 ‘동학개미’ 주식투자 열풍의 한 단면이다.

아사히는 9일 한국 주가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새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주식시장 활황의 주역인 20∼30대 젊은 개인 투자자인 ‘동학개미’에 대해 소개했다. 외국인이나 기관에 대항하는 이들 개인 투자자들을 19세기 말 외국자본 진출 등으로 고통받던 농민들이 일으킨 동학농민혁명과 비교해 동학개미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신문은 동학개미의 대표 사례로 전자부품 업체에서 일하는 20대 후반 남성을 들었다. 월 300만원 월급쟁이인 그는 근무 중 컴퓨터로 업무 관련 이메일을 확인하는 척하며 인터넷으로 주가가 오를 만한 기업 정보를 찾는다며 “상사 눈을 피해 모두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지난해 1월 시작한 주식 투자로 1년간 800만원을 벌었다는 남성은 주식을 그만둘 생각이 없고, 휴식 시간만 되면 동료들과 주식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아사히는 치열한 시험경쟁을 뚫고 서울 소재 유명대학을 거쳐 재벌기업에 취직한 젊은이들도 예외가 아니라며 오전 9시 주식 거래가 시작되면 젊은 사원들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는 현상이 언론에서 다뤄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신문이 분석한 주식투자 열풍은 근로소득보다 지나치게 급등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었다. 아사히는 KB국민은행 통계를 들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20%나 올라 평당 약 4030만원이 됐다며 동학개미가 출현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아사히는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를 기록해 주가가 실물경제를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가 상승이 “한국 경제의 미래 전망이 밝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난달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연설을 언급하며 당시 코스피가 장중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총 4조469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고 개인은 4조4921억 원어치를 순매수해 주식시장을 떠받쳤다고 지적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공매도 폐지' 홍보 버스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사히에 “현 한국 상황이 거품경제가 절정을 이뤘던 1980년대 말의 일본을 닮았고, 언젠가 거품이 터지면 젊은 층의 피해가 특히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