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골든글로브 아쉬움 씻었다…윤여정 21관왕

입력 2021-02-09 13:35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미나리 북미 배급사 A24 제공


미국 아카데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영화 ‘미나리’가 미국방송영화비평가협회(BFCA)가 선정하는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남우조연상·작품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남다른 오스카 적중률을 자랑하는 크리틱스 초이스의 후보 지명으로 ‘미나리’의 오스카 레이스에도 힘이 붙었다.

미국 영화 매체 데드라인은 8일(현지시간) ‘미나리’가 크리틱스 초이스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각본·촬영·외국어 영화상 등 10개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배우 윤여정은 여우조연상에,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데드라인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신작 ‘맹크’가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선두를 달렸다”며 “‘미나리’가 10개 부문 후보로 뒤를 쫓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틱스 초이스의 이번 결정은 골든글로브의 행보와 대조된다.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만든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시골 마을에 정착한 한국계 이민 가정을 그린 작품이다. 세련된 연출과 탄력적인 서사, 배우들의 호연으로 해외 여러 시상식에서 찬사를 받았다. 특히 극의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할머니 순자 역 윤여정의 호연에 시선이 쏠렸다.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골든글로브는 지난 2일 ‘미나리’를 외국여영화상 한 개 부문 후보로만 지명했다. 외신은 윤여정의 후보 제외 등을 두고 거센 질타를 쏟아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나리’ 배우 가운데 누구도 연기상 후보에 오르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없는 결과”라면서 “특히 극 중 사랑스럽고 괴팍한 할머니 역을 맡아 이미 수십 개 비평가협회상을 받은 윤여정의 후보 지명 제외는 골든글로브의 가장 큰 실수”라고 꼬집었다. 골든글로브는 앞서서도 미국 영화 ‘미나리’를 외국어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외국어영화 부문으로 분류해 비판받았었다.

하지만 골든글로브 못지않은 권위를 자랑하는 크리틱스 초이스의 이번 선택으로 ‘미나리’의 아카데미 레이스에는 다시금 큰 추진력이 붙을 전망이다. 데드라인 역시 “‘미나리’는 오스카가 좋아하는 약자에 관한 이야기”라면서 “강력한 작품인 ‘미나리’가 오스카 후보 선정을 앞두고 탄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시상식 예측 전문 매체인 골드더비도 ‘미나리’를 오스카 수상작 후보 4위로 예측하면서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두 자릿수 후보에 오른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한편 이날 ‘미나리’는 2020년 미국 워싱턴DC 비평가협회에서 여우조연상과 아역배우상 2개 부문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상 61관왕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윤여정이 들어 올린 여우조연상만 21개에 달한다. 윤여정은 미국배우조합상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부문 후보로도 올라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