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만 자생하는 멸종위기종 ‘구상나무’ 복원 길 열렸다

입력 2021-02-09 11:07
제주도에 위치한 구상나무 현지외보존원.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멸종위기종이자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수종인 ‘구상나무’를 토종 미생물로 복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구상나무 유묘(어린모종)의 뿌리 부분에 토종 균근균(菌根菌)을 처리한 결과 평균 97%의 생존율을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이는 무처리 시의 생존율인 67% 보다 약 1.5배 높은 수치다.

앞서 국립산림과학원은 브레인트리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제주도 한라산에서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한 토종 균근균(Oidiodendron maius)을 최초로 발견했다. 이를 분리·배양해 구상나무 1년생 묘목에 접종한 결과 생존율 향상이 확인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수종인 구상나무는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위협으로 위기종(Endangered, EN)으로 평가됐다.

구상나무는 생장이 느리고 기후변화에 취약해 숲을 이루는데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특히 어린 단계에서의 생존율이 낮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2011년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에서 위기종으로 분류한 구상나무는 2019년 산림청 실태조사에서도 유전자원 보존과 자생지 복원이 가장 시급한 수종으로 분류됐다.

최근 환경변화로 500㏊ 이상의 구상나무 대규모 분포지인 지리산·한라산의 분포면적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전국 구상나무의 쇠퇴율도 약 33%를 기록했다.

임효인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박사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구상나무 숲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좋은 사례”라고 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