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탄핵 여부·연설 ‘표현의 자유’ 최대 쟁점
“탄핵은 정치극”…“전직도 예외없다”
민주당, 탄핵 부결돼도 트럼프 출마 금지 추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고 있다.
미국 상원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탄핵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지지자들의 의회의사당 난입 사태를 부추겼다는 이유로 내란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하원에선 트럼프 탄핵안이 가결됐다. 상원의 결정에 따라 트럼프 탄핵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트럼프 변호인단과 검사 역할을 맡는 하원 탄핵소추위원들은 상원 탄핵 심리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직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이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있는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상원의 탄핵 표결은 이르면 14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탄핵을 위해선 전체 상원의원 100명 중 3분의 2 이상인 67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탄핵 가능성은 높지 않다.
탄핵이 부결되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폭동이나 반란에 관여한 공직자는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수정헌법 조항에 근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출마를 막는 ‘2차 덫’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올가미도 있다. 검찰 수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사당 습격 사태와 관련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탄핵 심리와 관련해 “상원이 그것을 해결하도록 하자”고 말하면서 거리를 뒀다.
트럼프 변호인들 “전직 대통령 탄핵은 위헌…정치극”
트럼프 변호인들은 상원 탄핵 심리를 하루 앞둔 8일 78쪽 분량의 변론서를 상원에 제출하면서 “상원 탄핵안은 즉각적으로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변호인들은 변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는 “정치극”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민주당이 탄핵을 통해 정치적 반대자와 야당(공화당)을 침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의사당 난입 사태 직전에 있었던 트럼프 연설은 어느 누구의 직접적 불법 행동도 촉발시키지 않았다”면서 “트럼프는 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킨 ‘소규모 범죄자들’의 행위와 관련해 어떠한 비난도 받을 이유가 없다”고 강변했다. 트럼프 변호인들은 의사당에 난입했던 시위대들에 대해 ‘소규모’라는 표현을 쓰며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쓴 것이다.
트럼프 변호인들은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는 “위헌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6일 연설은 “미국 수정헌법 1조가 규정하는 ‘표현의 자유’ 범주에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소추위원들 “탄핵 증거, 차고 넘쳐…전직이라도 예외없다”
그러나 탄핵 심리에서 공격수를 맡을 하원 탄핵소추위원들은 이날 5쪽의 서면자료를 제출하면서 “트럼프 탄핵을 기각하는 것은 어떠한 장점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드시 탄핵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들은 “트럼프가 탄핵 받을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트럼프는 자신의 행동을 용서받거나 방어할 수 있는 어떠한 정당한 사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탄핵소추위원들은 또 “우리는 법치로 운영되는 국가 안에서 살고 있지, 대선 결과를 불복하는 대통령에 선동당한 폭도의 폭력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탄핵소추위원들은 그러면서 “대통령은 임기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구속되는 신성한 취임선서를 한다”면서 “아무런 책임 없이 임기 말에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할 수 있도록 한 ‘1월의 예외’가 헌법에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만료 2주 전인 지난 1월 6일 의사당 난입을 부추겼기 때문에 비록 임기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예외 없이 탄핵돼야 한다는 뜻이다.
탄핵소추위원들은 또 “폭력을 선동한 연설은 ‘표현의 자유’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탄핵 부결돼도 끝까지 트럼프 ‘출마 금지’ 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원의 탄핵 심판대에 두 차례나 오르는 첫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탄핵 위기에 빠졌으나 상원은 지난해 2월 5일 탄핵안을 부결시켰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을 포함한 선거에 출마하는 길이 막힌다.
상원의 탄핵 심리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리 절차가 9일 시작되면 10일부터 트럼프 변호인들과 탄핵소추위원들은 ‘창과 방패’의 싸움을 펼칠 전망이다. 변호인들과 탄핵소추위원들은 각각 16시간씩 모두 32시간 동안 질의와 답변을 교환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탄핵 심리가 13일은 휴회하고, 일요일인 14일 재개할 것”이라며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탄핵 표결이 빨리 실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르면 14일 또는 늦어도 다음 주 초반에는 탄핵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전체 100명인 상원에서 민주당·공화당의 의석이 각각 50석이라 트럼프 탄핵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은 탄핵이 부결될 경우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향후 선거 출마를 막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폭동이나 반란에 관여한 공직자는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는 수정헌법 14조 3항을 활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출마 가능성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계획이다.
특히 이 조항은 상원 과반의 찬성만으로 효력을 발휘한다. 상원 표결에서 의석 수에 따라 50대 50 동점이 나올 경우 민주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하고 있어 캐스팅보트를 던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51대 50의 결과가 나와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을 포함해 앞으로 어떠한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지 않더라도 공화당 내에서 ‘반(反) 트럼프’ 상원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검찰 수사도 변수다. 워싱턴 검찰은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력을 조장했는지, 그리고 그를 기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