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기부’ 김범수 “노력보다 많은 부는 덤” 과거 발언

입력 2021-02-09 07:25 수정 2021-02-09 09:45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 카카오 제공

10조원이 넘는 재산 중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8일 발표한 카카오 김범수(55) 이사회 의장은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거대한 규모의 개인 재산 기부 기록을 남길 전망이다.

막대한 재산 기부 배경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들은 김 의장이 갑자기 결심한 일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유독 강조해왔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2017년 한 인터뷰에서 “누가 저한테 그랬어요. 웬만한 부자는 자기 힘으로 될 수 있지만, 억만장자는 하늘이 내려 주시는 거라서 그 뜻을 잘 새겨야 한다고.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진 얘기였는데 저한테는 굉장히 와 닿았어요. 제 노력보다 훨씬 많은 부를 얻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덤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어릴 적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편이었다. 여덟 식구가 방 한 칸짜리 집에서 살고 5남매 중 혼자 대학을 나왔다고 한다. 그는 한게임과 카카오를 창업하며 국내에서 한 손에 꼽히는 IT 기업가가 됐고,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카카오 주가가 몇 배로 뛰면서 김 의장의 재산도 몇 곱절로 불어났다.

김 의장은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환원하지 않으면 마음에 걸리죠. 열심히 살아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눈에 훤히 보이는데 외면하자니 죄책감도 들고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제가 할 수 있는 일, 카카오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극복에 써달라며 20억원의 사재를 기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카카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장을 직접 맡아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고 지속가능경영 전략 방향성 점검과 성과 및 문제점 등을 이끌고 있다.

김 의장이 얼마 전 총 1452억원 규모의 주식 지분을 친인척에게 증여하면서 두 자녀가 262억원씩을 받고 본인 소유의 지주회사 ‘케이큐브홀딩스’에 재직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이번에 증여한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일부 잠재울 수 있게 됐다.

김 의장은 재산 기부의 방법이나 용처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평소 교육 문제 등에 관심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조만간 카카오 임직원들과의 간담회를 열어 여러 생각을 들어볼 계획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