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백운규(56) 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8일 오후 8시 50분쯤 종료됐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후 2시 40분쯤부터 법원 301호 법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백 전 장관에 대해 심문을 진행했다. 심문은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 속에 약 6시간 동안 진행됐다. 구속 여부는 9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백 전 장관은 별도의 장소에서 법원 판단을 기다릴 예정이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월성 1호기 폐쇄에 앞서 당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와 월성 원전 운영 주체인 한수원 측 정당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백 전 장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 전 장관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관련 530건의 자료 삭제 등 혐의(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로 기소돼 재판을 앞둔 산업부 공무원 3명(2명 구속·1명 불구속) 행위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은 심문을 받기 전 법정 밖에서 취재진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였다”며 “장관 재임 때 법과 원칙에 근거해 적법 절차로 (원전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검찰 수사는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청와대 윗선을 정조준할 전망이다. 반대로 기각되면 “정부 정책에 대한 과도한 정치 수사를 당장 멈추라”고 주장해온 여당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거센 비판이 이어지며 수사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영장 발부 여부와 관계없이 채희봉 전 비서관 등 월성원전 의혹 사건 관계자에 대한 소환 조사를 계속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백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과 관련, “국가 에너지 정책을 직접 목표로 하는 수사가 되어서는 안 되고 그런 수사는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번 수사와 영장 청구가 그것을 직접 겨냥하는지는 소상히 보고 받지 못해 판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수사 참고 자료의 전달이 급속도로 강한 수사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는 이번 케이스가 매우 이채롭고 조심스럽게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