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법을 두고 여당의 공격을 받아 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홍 부총리 사퇴론이 불거지는 등 당정 간 갈등이 커지자 문 대통령이 직접 중재에 나선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8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국은 위기에서 더 강한 면모를 보였다”면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비상 경제체제를 가동해 전례 없는 정책 수단으로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한 결과”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 과정에서 홍 부총리가 보여준 경제부처 수장으로서의 능력을 다시 한번 치켜세워준 셈이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최근 당정 간 4차 재난지원금 갈등의 최일선에 서 있는 홍 부총리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여전한 터라 경제수장의 리더십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홍 부총리는 여당과 갈등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하자 홍 부총리는 난색을 보였다. 이로 인해 여당 내에서는 ‘홍남기 사퇴론’마저 제기됐다.
지난달 홍 부총리는 여당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코로나19 손실보상 제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제도화 방안을 검토하라고 하면서 홍 부총리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해석이 정부 안팎에서 나왔다.
이렇게 당정 간 갈등이 심화해 재정 당국의 정책 추진력이 줄어들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문 대통령이 직접 중재에 나선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과 11월 각각 재난지원금 지급 규모와 주식 양도세 문제를 두고 당정이 대립하는 와중에 홍 부총리가 사의를 밝혔을 때도 '경제회복 적임자'라 치켜세우며 갈등 진화에 나섰었다. 지난해 12월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내년에도 잘해 주기 바란다”고 하는 등 문 대통령은 당시 불거졌던 ‘부총리 교체설’을 일축했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4차 재난지원금의 지급 방식과 관련해 기재부 측 입장인 선별지원에 무게를 뒀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도 있다. 이 대표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4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곧 시작하겠다”고 하는 등 논의를 본격화하는 시점인 터라 문 대통령이 섣불리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시각이다. 대신 문 대통령은 추후 논의 과정에서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현실적 여건 속에서의 최선’ 등을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제시했다. 당정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