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8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피해자에게 성희롱이 맞다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시장의 부인인 강난희 여사가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전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박 전 시장의 권력형 성추행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제가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근래에 인권위의 결정이 있었다. 인권위의 결정은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에는 “피해자의 피해 사실과 2차 가해까지 주어지고 있는 데 대해 굉징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피해자의 피해가 더 가중되거나 2차 가해가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그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써야 할 예산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 및 의원의 귀책사유로 4·7 재보궐 선거에 쓰인다는 비판에는 “인권위 결정 이후 당에서 사과를 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달25일 제2차 전원위원회에서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직권조사 결과를 심의·의결했다. 국가기관이 공식적으로 박 전 시장과 관련한 의혹을 성희롱으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관련 수사를 맡은 검찰과 경찰은 대부분 ‘혐의없음’으로 종결한 바 있다.
앞서 지난 6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박원순의 동지 여러분 강난희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손편지 2장이 유포됐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제출했다는 탄원서 1장의 사진이 확산됐다.
강 씨로 쓴 것으로 확인된 이 편지에는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라며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저와 우리 가족은 박원순의 도덕성을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추모를 통해 우리는 박원순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우리의 꿈을 이어갈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이를 두고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측은 강 여사의 편지가 ‘2차 가해’라고 지칭하며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건 부적절하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전 장관은 또 정인이 부검 결과를 살펴봤느냐는 질의를 받고선 “상세하게는 못봤지만 저희들이 보기엔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전 장관은 “정인이 사건으로 통칭하는 그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전반에 대한 시스템을 돌아보고 그것(아동학대)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이 사건은 입양 이후 3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신고 처리와 감독 업무를 맡았던 경찰관들은 사건이 알려진 후 징계를 받았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