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 국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이 주로 빚을 갚는데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통계청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5~39세 국민들의 54%는 연초에 지급받은 600달러의 재난지원금을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26%는 저축을 선택했다.
40~54세 응답자들의 57%도 빚을 갚는 데 재난지원금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저축에 사용했다고 답한 비율은 22%였다. 경제활동인구 10명 중 8명은 재난지원금으로 소비 대신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WSJ는 팬데믹발 경제위기와 불확실성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모른다는 점이 이 같은 현상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추가적인 대출로 생계를 꾸려야 할 위험이 큰 만큼 우선적으로 빚을 갚아 신용등급을 올리는 등 최대한 ‘금융불안 신분’을 벗어나려 한다는 설명이다. 미 노동청 통계를 보면 이날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6.3%를 기록했다. 지난주에만 77만9000여명이 실업 급여를 신청했다.
빚을 변제하고 남은 금액은 저축으로 몰렸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뉴욕지부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이미 지난해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3분의 1 이상을 은행 계좌에 예금했다. 연초에 지급된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저축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재난지원금을 기대하는 심리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경기부양을 위해 최대 1조9000억달러(약 2128조원)에 달하는 부양책을 집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방역 대책에 의해 소비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도 원인으로 언급됐다. 조나단 파커 MIT 경영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재난지원금의 소비율은 50%에 달한다”면서도 “지금과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는 음식점에 가고 쇼핑을 나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