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안,쓰레기에 괭생이모자반까지…해양동물 몸살

입력 2021-02-08 15:30
6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에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 괭생이모자반에 걸린 거북을 해경이 구조했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제주해양경찰서. 뉴시스

제주 해안의 골칫거리인 괭생이모자반이 쓰레기와 함께 속수무책으로 유입되면서 해양생물들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8일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괭생이모자반에 걸려 탈진한 채로 표류하던 국제 보호종 푸른바다거북이 구조돼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 푸른바다거북은 지난 6일 오후 3시쯤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포구 해상에서 괭생이모자반에 걸려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모자반에서 꺼내 바다로 보내줬지만, 이 거북은 잠수하지 못하고 조류에 의해 갯바위로 떠밀려왔다.

이를 발견한 해경은 푸른다바거북을 구조해 수조에 옮긴 뒤 기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보살폈다. 거북이 건강해지면 다시 바다에 방류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지난 7일 죽은 채 발견됐다.

이 푸른바다거북은 가로 35cm, 세로 57cm, 몸무게 10kg 정도의 어린 개체였다.

제주대학교 돌고래 연구팀 김병엽 교수는 “아직 푸른바다거북이 제주 연안에 올라올 시기가 아니다”며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괭생이모자반이 형성한 띠에 밀려 상태가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지난달 20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 핫핑크돌핀스 제공. 연합뉴스

많은 양의 괭생이모자반이 제주 해안에 물밀듯이 유입되면서 해양동물들의 사체가 파묻혀 제때 발견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19일과 20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에서 상괭이 사체 2구를 발견했다.

당시 사체 2구는 괭생이모자반에 엉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에 파묻혀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부패 정도가 너무 심해 사인 확인을 위한 부검도 할 수 없었다.

핫핑크돌핀스와 제주대 돌고래연구팀은 “상괭이 사체 위에 괭생이모자반이 계속해서 밀려와 묻힌 탓에 사체 발견이 늦어졌다”며 “상괭이가 성별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수거된 괭생이모자반. 연합뉴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에 유입된 괭생이모자반은 5913t으로 지난해 전체 유입량이었던 5186t보다 727t이나 많다.

매년 3~6월에 제주에 유입됐던 괭생이모자반은 올 1월 거센 바람과 기상 악화가 이어지면서 해양 쓰레기와 함께 많은 양이 밀려왔다. 실제 제주도 연안의 곳곳은 괭생이모자반이 대량으로 몰려와 초록색으로 뒤덮인 상태다.

핫핑크돌핀스 측은 “최근 제주 해안에는 괭생이모자반과 함께 해양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 썩어가면서 악취가 나고 있다”며 “청정 제주 바다가 사라져가면서 해양생물도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이난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