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콘텐츠서 인종차별을?’ 릭 워렌 목사 사과

입력 2021-02-08 15:27

릭 워렌 미국 새들백교회 목사(사진)가 최근 교회 주일학교 교육 콘텐츠 영상에 동양인 인종차별적 내용이 담겼다는 지적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 기독교 교육에 있어 타문화권 인지 감수성에 대한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문제가 된 영상에는 무술 사범 복장을 한 남성이 기합소리를 내며 초밥을 만드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해당 영상이 온라인에 게시된 후 ‘동양 문화가 주일학교 교육 현장에서 슬랩스틱 유머의 소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교회가 적절치 못한 콘텐츠로 교육하려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미쉘 아미 레이예스 아시아계미국인크리스천공동체(AACC) 부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교육 자료에 타인종의 문화를 조롱하는 내용을 넣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기독학생회 신학 책임자 제프 루이 목사는 “기획, 촬영, 편집, 웹호스팅에 이르기까지 해당 영상의 제작 과정에 동참한 수많은 관계자를 고려하면 이는 개인의 악의적 의도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교회 관계자들이 백인 교회 문화에 안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렌 목사는 지난 1일(현지 시각) 발표한 성명(사진)에서 “해당 영상의 스크린샷을 보자마자 속상하고 당혹스러웠다. 그 즉시 영상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교회의 가족과 같은 수천명의 아시아계 미국인 어린이들이 놀림을 당했다고 느끼고 그 가족들이 상처받았을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며 “영상이 제작, 게시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워렌 목사는 “이번 사건은 교회에서 뿌리 뽑아야 할 문화적·인종적 불감증을 보여준다”면서 “성경의 진리를 가르치는 과정에 고정관념을 활용하는 것은 결코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며 반기독교적인 행위”라고 재차 사죄했다.

같은 논란을 번복하지 않도록 보완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워렌 목사는 “인종차별에 대해 무감각하거나 타문화권 사람들을 향한 비하가 교육 과정에 담기지 않도록 교회 장로들과 회의를 거쳐 절차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들백교회에는 168개 언어를 사용하는 다인종 가정들이 있으며 교회가 불완전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결코 실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결함을 발견하는 즉시 인정하고 가능한 빨리 수정할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일학교 교육 콘텐츠가 문화적 고정관념 문제를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방학 기간에 진행되는 성경캠프 커리큘럼에 외국 문화를 테마로 한 콘텐츠가 자주 활용되고, 대중의 문화 인지 감수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9년엔 한 기독 출판사에서 아프리카 문화를 테마로 제작한 성경학교 콘텐츠에 어린이가 이스라엘의 노예 역할을 맡고 아프리카 사투리를 흉내내는 과정이 담겨 논란이 됐다. 해당 출판사는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교육 과정을 수정했다.

레이예스 부대표는 “교회가 문화적 감수성이 예민한 컨설턴트를 고용해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