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풋볼(NFL)의 ‘살아있는 전설’ 톰 브래디(44)가 만년 하위권의 약체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의 반란을 주도하며 생애 7번째 슈퍼볼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20년을 뛴 전통의 강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떠났지만, 지도자·동료의 이름값이나 불혹을 훌쩍 넘긴 자신의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브래디를 믿고 영입한 탬파베이는 2003년 1월 슈퍼볼에서 유일하게 들어 올렸던 우승 트로피 ‘빈스 롬바르디’를 18년 만에 되찾았다.
탬파베이는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디펜딩 챔피언’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가진 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에서 31대 9로 완승했다. 팀 통산 두 번째 우승. 또 하나의 의미 있는 타이틀은 NFL 사상 최초로 홈구장에서 거둔 우승이다. 올해 슈퍼볼 개최지는 2017년 5월 NFL 경영자 회의에서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으로 결정됐는데, 공교롭게 탬파베이의 홈구장이다. 슈퍼볼 사상 최초의 홈팀이 최초의 홈구장 우승까지 달성한 셈이다.
이 모든 역사를 새로 쓴 주인공은 쿼터백 브래디다. 브래디는 29차례 패싱 공격에서 21차례를 적중해 201야드를 따냈고, 터치다운으로 연결한 패스를 3차례나 성공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프로 이력의 대부분을 쌓은 뉴잉글랜드에서 이미 6차례나 우승을 이끈 브래디의 경험은 한 시즌 중 가장 중요한 순간에 탬파베이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탬파베이는 전반전을 끝낸 2쿼터까지 21-6으로 앞서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브래디의 개인 통산 7번째 우승.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브래디는 슈퍼볼에서 웬만한 선수들이 넘볼 수 없는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브래디의 우승 횟수는 이 부문 2위 찰스 헤일리(57·은퇴)의 5회보다 2회나 많다. 10회의 출전 횟수와 5차례의 MVP 수상도 슈퍼볼 최다 기록이다.
브래디는 지난해 3월 탬파베이와 2년간 연봉 2500만 달러(약 280억원), 인센티브 450만 달러(약 50억원)를 매년 약속하고 이적했다. 뉴잉글랜드에서 마지막으로 받았던 1500만 달러보다 연봉을 늘렸지만, 명성에 비해 몸값이 턱없이 낮았다. 브래디는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에서 여유를 부릴 수 없는 뉴잉글랜드를 위해 몸값을 올리지 않는 선수로 유명했다.
브래디의 탬파베이 이적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은 빌 벨리칙(69) 뉴잉글랜드 감독과 작별이었다. NFL 최고의 지략가로 평가되는 벨리칙 감독의 지휘권을 벗어난 브래디의 고전이 예상됐다. 더욱이 탬파베이는 하위권을 전전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브래디는 홀로서기에 성공하며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브래디와 신구 쿼터백 맞대결을 펼친 패트릭 머홈스(26·캔자스시티)의 우세 전망도 완전하게 깨졌다. 머홈스는 탬파베이 수비진의 압박을 뚫고 49차례나 패스를 시도했지만, 적중률에서 절반을 겨우 넘긴 26차례 성공으로 체면을 구겼다. 터치다운 패스도 없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9할에 가까운 최고 승률(0.875·14승 2패)을 기록하고 슈퍼볼 2연패를 노렸던 캔자스시티는 머홈스의 부진 속에서 이변의 희생자로 전락했다.
브래디는 경기를 마친 뒤 “동료들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또 한 번의 우승 도전을 약속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