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발생 1주일 만인 8일 군사정부에 반대하는 항의시위가 사흘간 계속되면서 점점 더 커지고 대담해지고 있다.
이날 새벽 양곤시내 주요 교차로에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 ‘군사 쿠데타 거부’와 ‘미얀마를 위한 정의’ 등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세 손가락 경례’로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대 규모는 아침이 되자 1000명을 넘어섰고 지나가던 차들도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에 연대를 표했다.
일부 소규모 단체는 시위 본대에서 이탈해 술레 탑으로 향했다. 술레 탑은 과거 미얀마를 통치했던 군사평의회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던 곳이다. 이날 시위는 아웅산 수치 여사를 비롯한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지도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것으로 지난 6일부터 사흘째 지속됐다. 전날인 7일에도 수천명의 시위대가 집결했다.
시위 규모 확대는 2012년 군부가 50년 넘게 장악했던 권력을 내놓기까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한 긴 투쟁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당시 황금 돔의 술레 탑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정치 시위의 집결지 역할을 했으며, 특히 수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988년 대규모 봉기와 2007년 불교 승려들이 주도한 봉기가 대표적이다.
미얀마군은 이 두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한 바 있다. 이번 시위의 경우 아직 큰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으나 이날 수도 네피도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로이터, AFP통신 등은 일부 시위대가 물대포를 맞고 바닥에 쓰러지면서 부상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7일 온라인에 게시된 몇몇 동영상에는 시위대 규모가 점점 커지고 더욱 대담해진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시위대는 경찰이 허공으로 공포탄을 발사하는 데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이 영상들은 태국과 미얀마 동부 국경지대의 미야와디 마을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