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따른 집합 제한으로 올해 열리기 힘들 것으로 보였던 제주 전통 마을제(포제·酺祭)가 참여 인원과 기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조건부 허용된다. 신에게 풍요를 빌며 새해 정월을 맞아온 대부분의 도내 마을들은 간소하게 나마 한해 안녕을 기원할 수 있게 됐다.
제주도는 방역당국이 제시한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조건으로 마을제를 허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4일 양 행정시와 읍면동을 통해 각 마을회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8일 밝혔다.
도가 제시한 조건부 허용 지침을 보면 제관과 음식 준비를 위한 인력 등 참여 인원은 최대 9명 이하로 제한된다. 파제 후 음복 없이 바로 귀가해야 하고, 현장에서 음식물 제공도 금지된다.
마을회는 포제 개최 전 읍면동장과 포제 일정을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대개 2박3일간 이어지는 포제 기간은 당일이나 1박 2일로 줄여 진행하도록 했다.
외부인 출입 금지,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 작성과 거리두기 지침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포제 기간 현장에 공무원을 파견해 방역 지침 준수 상황을 확인하기로 했다.
도는 당초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마을제 개최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포제가 마을에서 갖는 의미가 크고 코로나19로 지친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덜어주는 심리적 위안 효과가 있음을 감안해 조건부 허용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매년 설을 즈음해 마을의 안녕을 빌어온 주민들은 수백년간 이어진 포제를 올해도 열 수 있게 됐다.
8일 현재 이 같은 도의 지침을 준수해 마을제를 개최하기로 한 마을은 포제를 여는 총 160여개 마을 중 140여개 마을에 달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이 유지되면서 지난달부터 마을에서 관련 문의가 잇따랐다”며 “마을 전통 의례인 만큼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개최를 허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한시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파급했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는 땅이 척박하고 외부와 고립된 섬으로 물자가 풍족하지 않아 예부터 기원하는 문화가 발달했다. 특히 마을에서는 새해 설을 즈음해 남성들이 주관해 유교식으로 신에게 세배하는 마을제를 지낸다.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의례로 주민의 무사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이웃과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해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