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학생들에게 교무실 청소 시키면 인권침해”

입력 2021-02-08 12:15

학교가 학생들에게 교무실 청소를 시키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8일 “교무실 등 교직원의 사용 공간을 학생들에게 청소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행복추구권 중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진정 대상이 된 한 중학교와 관할 교육청에는 해당 역할 중단을 권고했다.

진정인 A학생은 “관행적으로 학생들에게 교직원 사용 공간을 청소하도록 하는 학교 방침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에 따르면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1인 1역할을 의무적으로 분담하도록 하면서 이 역할 중에 20분~30분가량의 교무실 청소를 포함했다. 이 학교는 1학년, 2학년, 3학년 학생들이 교장실·교무실·성적처리실·행정실 등 교직원의 업무 공간을 나누어 청소하도록 역할을 분배했다.

학교 측은 진정 내용에 대해 쾌적한 교육환경과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학생들의 인성을 함양하기 위한 잠재적 교육 활동에 해당된다는 의의를 덧붙이기도 했다. 해당 학교를 관할하는 교육청 또한 “청소하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공공질서 함양, 이타정신, 책임감 등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아동권리 위원회는 “일상생활 전반을 학습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므로 학교가 학생들에게 청소를 지도할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교육 활동의 하나로 청소를 실시한다면 학생들이 사용하는 과학실·음악실·미술실 등 다른 공간의 뒷정리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교직원이 사용하는 공간을 청소 시키지 않더라도 가족과 함께 집안일을 하는 인증사진을 찍게 하거나, 감사편지를 쓰게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성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도 봤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인성교육이라는 명분으로 학생의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인권위는 피진정학교에 관련 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동시에 피진정학교를 관할하는 교육감에게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