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올드보이? 인권운동가 철의자 묶고 만두 고문한 中

입력 2021-02-08 11:32 수정 2021-02-08 11:36
지난해 2월 15일 중국 공안에 체포된 쉬즈융. 유튜브 영상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퇴진을 요구했다가 구치소에 갇힌 중국의 법학자 겸 인권활동가 쉬즈융(許志永·47)이 고문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홍콩 명보는 쉬즈융의 여자친구이자 인권운동가인 리차오추(李翹楚)가 이같은 사실을 5일 소셜미디어에 폭로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8일 보도했다.

리차오추는 산둥성 구치소에 수감 중인 쉬즈융이 변호사와의 화상 접견에서 고문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리차오추에 따르면 쉬즈융은 하루 10시간 이상 철의자에 묶인 채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옥에서 이동할 때는 검은색 천과 무거운 헬멧을 뒤집어써야 했다.

또 음식도 매끼 만두 한 개만 받고, 식수까지 제한된 상황이다. 샤워는 한 달에 두세 번만 찬물로 가능해 쉬즈융의 귀는 동상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리차오추의 부모는 체포된 딸이 ‘국가권력 전복’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쉬즈융 역시 같은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쉬즈융은 2019년 12월 26일 푸젠성 샤먼시 ‘반정부’ 집회에 참가한 혐의로 수배됐다가 지난해 2월 체포됐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절정이던 지난해 2월 4일 수배 중인 상태에서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권퇴서’를 발표해 파장을 일으켰다. 권퇴서에서 “무역전쟁, 홍콩 시위, 코로나19 확산 등 주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시 주석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쉬즈융은 베이징대 법학박사 출신으로 2003년 쑨즈강이라는 청년이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수용시설로 끌려간 뒤 폭행당해 숨지자 법학자, 인권변호사들과 함께 ‘신공민운동’을 결성해 농민공, 철거민, 고문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률 지원과 공익소송 등에 앞장서 왔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