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성 치매로 투병 중인 배우 윤정희(77·본명 손미자)가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5)와 딸로부터 방치돼 있다는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하자 부부의 최측근은 “전혀 사실과 다른 글”이라고 반박했다.
윤정희·백건우 부부와 23년간 알고 지냈다는 A씨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작년 가을 윤정희 선생님 생일 때 음식점에서 가족들이 찍은 사진이 제게 왔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따님, 손자와 파티하는 사진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윤정희 선생님이 프랑스 여성 두 분과 손자가 있는 거실에서 음악에 맞춰 즐겁게 춤추는 동영상도 본 적 있다”며 “따님이 아파트 옆에 산다. 아침에 따님이 악기를 연주하는데 저쪽 먼 곳에서 윤정희 선생님이 듣고 활짝 웃으면서 손 흔드는 영상도 작년 봄쯤 보내준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모여서) 백건우 선생님이 휴대전화로 찍어 저한테 전송해줬는데 2년 동안 못 만났다는 주장은 정말 황당한 거짓말”이라며 “(가족들의 돌봄과 교류를) 계속 들어왔다. 하루에 간병인이 몇 명 오는지도 전해 들었다. 청원 주장대로라면 백건우 선생님이 제게 전부 거짓말했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딸이 왜 어머니를 직접 모시고 살지 않느냐’는 일부 네티즌들의 지적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치매 환자를 집에서 돌보는 사람이 드물다. 따님은 일을 하고 있고 백건우 선생님도 해외 연주를 계속 다닌다”며 “연습도 해야 하고 전 세계를 다녀야 하니 본인 집에 두는 건 불가능하고 CCTV까지 설치해 수시로 왔다 갔다 한 것”이라고 답했다.
A씨는 이 같은 허무맹랑한 주장이 등장한 배경에 대해 “가족끼리 갈등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2019년 1월에 윤정희 선생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그때 윤정희 선생님이 한국에 들어왔는데, 한국에서 요양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백건우 선생님이 요양병원을 많이 알아봤다”며 “그런데 청원 내용에는 ‘납치하다시피 갑자기 데리고 갔다’고 돼 있다. 그 당시 형제들 간에 불화가 있지 않았나. 그래서 한국에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간 것 같다”고 짐작했다.
또 백건우 측과 윤정희 형제들이 성년후견인 지정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인 것을 언급하며 “만약에 내 어머니가, 내 아내가 아픈데 이모나 외삼촌 아니면 처남이나 처제가 와서 데려가겠다고 한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백건우 선생님과 어제 통화했는데 잠을 전혀 못 자는 것 같더라”며 “지금 환자를 돌보는 것도 힘든데 이런 일까지 있으니 더욱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번 논란은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쓰러져가는 영화배우 윤정희를 구해주세요’라는 글에서 시작됐다. 현재는 윤정희와 백건우의 실명은 가려져 있는 상태다. 청원인은 “윤정희는 백건우와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파리 외곽 한 아파트에서 홀로 외로이 알츠하이머와 당뇨 투병 중에 있다”며 “전화는 한 달에 한 번 30분 동안 할 수 있고 방문도 3개월에 한 번씩 두 시간 할 수 있다. 감옥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건우가 소속된 공연기획사 빈체로 측은 7일 입장문을 내 이를 정면 반박했다. 빈체로는 “해당 내용은 거짓이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주기적인 의사 왕진 및 치료와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며 게시글에 언급된 제한된 전화 및 방문 약속은 모두 법원의 판결 아래 결정된 내용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건우와 윤정희는 평생을 함께 연주 여행을 다녔지만 몇 년 전부터 윤정희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되며 길게는 수십 시간에 다다르는 먼 여행길에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하지만 가족과 멀리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요양병원보다는 가족과 가까이서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인 딸의 아파트 바로 옆집에서 백건우 가족과 법원이 지정한 간병인의 따뜻한 돌봄 아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