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넓은 주거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대도시는 이미 포화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넓은 평형의 아파트가 계속 지어지는 것은 평수 넓은 집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대형 평형 선호 현상에서 한 발짝 벗어난 집이 영국 런던에 있다.
셰퍼드 부시에 지어진 이 집의 이름은 들으면 귀에 꽂히는 ‘런던에서 가장 좁은 집’이다.
폭이 최소 170㎝(5.6피트)에 여닫이, 미닫이문도 찾아볼 수 없는 좁디좁은 5층 구조의 집은 보란듯이 런던에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10∼15분이면 런던 중심부에 도착할 수 있다.
짙은 푸른색의 외벽을 가진 이 집은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지어졌다. ‘빅토리아 시대’에 모자 상점으로 쓰였다가 가정집으로 변경됐고, 최근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폭이 좁다고 해서 집값이 낮은 것도 아니다. 놀랍게도 14억6000만원이 조금 넘는 95만파운드로 책정됐다. 해당 집의 등기부등본상 15년 전인 2006년 약 7억5000만원(48만8500파운드)에 거래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 데이비드 마이어스는 이 자그마한 집이 비싼 이유를 두고 “런던의 독특한 역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AFP통신에 설명했다.
총 다섯 개 층으로 이뤄진 이 집은 같은 층에서도 폭이 다르다. 지하 1층에 있는 부엌이 5.6피트로 가장 좁고 그 옆에 붙어 있는 식당의 폭은 2배에 달한다.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1층에서는 리셉션, 2층에서는 침실과 서재, 3층에서는 화장실과 욕실, 4층에서는 안방을 각각 만날 수 있다. 아래층에서 천장을 밀면 위층 바닥이 열리는 문이 층과 층 사이에 있다.
마이어스는 “독특하고 개성 강한 부동산을 구매하는 사람이 적기는 하지만 세련되고 아름다워 이 집은 반드시 팔릴 것”라고 장담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한국 집값이 싼 거였다” “살고 싶은데 벽간 소음이 걱정된다” “침대를 놓을 수 있는 게 신기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