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실거주 비율이 지난해 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단위면적당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은마아파트의 매매가는 21억원(34평형 기준)에 달했다. 은마아파트처럼 서울 주요 4개 아파트 단지의 실거주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한 반면 단위면적당 가격은 상승했다.
한국도시연구소는 8일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임대주택등록제 현황 및 조세 등 개선 방안 마련’ 용역 보고서에서 이처럼 밝혔다. 연구소는 은마아파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아파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아파트, 용산구 한가람아파트 등 4개 단지 1만1155건의 등기부등본(2020년 8월 31일 기준)을 발급받아 이를 토대로 소유 현황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들 4개 단지의 평균 실거주 비율은 32.7%였다. 마포래미안(41.8%), 은마(31.5%), 한가람(29.1%), 상계주공5단지(12.5%) 순이었다.
이들 단지는 모두 초기 분양 시점 이후 실거주 비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은마는 실거주 비율이 1999년 58.8%로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2005년 51.1%, 2010년 45.5%, 2015년 36.6%로 지속 감소했다. 마포래미안은 2015년 48.3%였지만 2018년 이후 연간 2%포인트 이상씩 빠르게 줄었다.
실거주하지 않는 소유주들은 대부분 해당 아파트 주변에 살고 있었다. 은마 소유주들은 서울 강남구(33.8%), 송파구(7.2%), 서초구(7.1%) 등에 주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래미안 소유주는 서울 마포구(22.0%), 서대문구(4.6%), 영등포구(4.1%) 등에 살았다.
소유주의 실거주 지역을 서울, 인천·경기, 그 외 국내 지역과 해외로 나눠보면 68.0%가 서울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경기까지 합치면 85.7%였다.
소유권 이전 사유 중에서는 매매 비율이 가장 높았고, 2017년 이후 증여·상속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은마의 경우 지난해 증여·상속 건수는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매매 건수(65건·44.2%)를 넘어섰다. 증여·상속은 2019년 43건(17.3%)에서 지난해 81건(55.1%)으로 많이 증가했다.
상계주공5단지는 증여·상속이 2008∼2015년 5건 미만이었지만 2018년 18건(21.2%), 지난해 16건(26.7%)으로 늘었다. 한가람 역시 지난해 증여·상속 비율이 28.3%(15건)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개 단지 소유주의 평균 나이는 45.6세였다. 연령대는 40대가 33.4%로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30대(28.3%), 50대(22.1%), 60대(7.9%), 29세 이하(4.8%), 70세 이상(3.5%) 순이었다. 은마(40.5%)와 상계주공5단지(28.9%)는 40대 비율이 가장 높았고, 마포래미안(30.1%)과 한가람(34.9%)은 30대 비중이 가장 컸다.
이들 4개 단지의 실거주 비율이 낮아지는 것과는 반대로 단위면적당 매매가는 대체로 2013년부터 증가해 왔다. 은마는 2013년 3347만원으로 가장 낮았지만 그 후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8204만원을 기록했다. 은마의 2006년 매매가는 31평형이 약 9억3000만원, 34평형은 약 11억5000만원이었다. 이후 2013년 최저가를 기록한 뒤 꾸준히 상승하며 지난해 각각 19억원, 21억원을 기록했다.
마포래미안의 단위면적당 매매가는 2015~2020년 2배 이상 올랐다. 매매가는 34평형 기준으로 2015년 약 7억4000만원에서 15억7000여만원까지 뛰었다. 한가람 역시 33평형 기준 매매가가 2006년 8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16억1000만원으로 올랐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