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빠른 북극곰

입력 2021-02-07 22:18

담원 기아 ‘캐니언’ 김건부가 영리한 플레이로 팀의 5연승을 이끌었다.

담원 기아는 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정규 리그 1라운드 경기에서 DRX를 세트스코어 2대 0으로 완파했다. 5경기 연속 승점 추가에 성공한 담원 기아는 가장 먼저 7승(1패 세트득실 +10) 고지를 밟았다. 순위표에선 변함없이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 경기에선 최근 기세가 가장 좋은 두 정글러 김건부와 ‘표식’ 홍창현 간 심리전이 치열했다. 두 선수는 자신의 정글 캠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각자 총력을 다했다. 1세트 7분경 홍창현(문도 박사)이 담원의 블루 버프로 잠입해 카운터 정글링을 시도했다. 그리고 바로 아래서 어스름 늑대를 잡고 있던 김건부(판테온)는 돌연 사냥을 중단하고 블루 버프로 향했다.

김건부는 홍창현이 사냥을 끝마쳐가던 블루 버프를 ‘혜성의 창(Q)’으로 스틸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담원은 블루 버프와 근처 정글 지역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건부는 어떻게 홍창현의 카운터 정글링을 알아챘을까?

김건부는 상대팀 미드라이너인 ‘솔카’ 송수형(신드라)의 움직임을 보고 홍창현의 카운터 정글링을 눈치챘다고 한다. 그는 7일 경기 후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미드라인에 있던 ‘솔카’ 선수가 위쪽으로 무빙하는 걸 보고 DRX가 우리 블루 버프로 들어왔다는 걸 직감했다”고 밝혔다.
2021 LCK 스프링 시즌 중계화면

실제로 홍창현이 블루 버프를 카운터 정글링하려 들자 송수형은 ‘쇼메이커’ 허수(빅토르)의 스킬을 맞아가며 과감하게 라인을 밀어 넣은 뒤 위쪽 부시에 몸을 숨겼다. 홍창현이 김건부와 마주쳤을 때를 대비해 허수의 발을 미드 1차 포탑에 묶어두고, 먼저 전투 지역에 합류하기 위한 플레이였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사소한 무빙 하나가 담원 기아와 김건부에겐 큰 힌트가 됐다. 김건부는 “상대가 우리 블루 버프로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었기에 혹시나 했다”며 “만약 그 상황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더라도 저희가 이길 확률이 높았다”고 복기했다.

김건부는 13분경 궁극기 ‘거대 유성’을 DRX 정글 쪽으로 잠입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판테온의 궁극기는 과감하게 써야 한다”며 “상대방에게 궁극기 사용 여부를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그러면 상대는 계속 ‘궁극기를 보유한 상상 속의 판테온’을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날 DRX는 김건부의 레드 버프 카운터 정글링을 눈치채지 못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