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아마존 등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호황을 누린 온라인 대기업들을 상대로 일회성 ‘초과이익세(excessive profits tax)’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데믹 대응으로 인한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영 더타임스의 주말판 선데이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국가재정의 블랙홀을 메우려는 영국 정부의 계획에 따라 아마존 등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현금을 손에 쥔 기업들이 이중의 세금 공세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초과이익세는 현재 영국 총리실 주도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데이타임스는 아마존과 패션업체 아소스 등 온라인 상거래 기업들과 오카도, 저스트이트, 딜리버루 등 온라인 식료품 배달 기업들에 ‘일회성 코로나 세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중 아마존의 경우 지난해 영국에서 265억달러(약 29조7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전 해인 2019년(175억달러) 대비 매출이 51%나 뛴 것이다. 코로나 봉쇄 기간 동안 시민들이 아마존의 배송 서비스에 더 의존하게 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막대한 이익에 비해 아마존이 영국 정부에 내는 법인세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9년 아마존이 영국에서 낸 법인세는 2억9300만파운드(약 4504억원)에 그쳤다.
영국 정부는 초과이익세 외에도 ‘온라인판매세(online sales tax)’를 신설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영 재무부는 온라인판매세 도입 시 영향을 논의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온라인 기술업체 및 소매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면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영국의 재정적자가 올해 4000억파운드(약 615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영 재무부는 온라인 소매업체들에 대한 새로운 부가가치세 규정으로 3억파운드(약 4612억원)의 추가 재정수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정부 고위 소식통은 선데이타임스에 다음달 3일 예산안에는 코로나 세금 인상안이 반영되지 않겠지만 올해 말에는 정부의 국가부채 감축 노력의 일환으로 세금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심화된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각국 정부가 팬데믹 기간 중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 대기업들을 상대로 추가 세금을 부과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팬데믹이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의 배를 불렸다고 전했다. 지난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 합계는 7조511억달러(약 7921조원)였다. 2019년 말에 4조934억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1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했다. 팬데믹이 이들 기업 서비스에 대한 인간 의존도를 크게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지난달 ‘코로나19: 불평등 바이러스’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에 보다 급진적인 불평등 해소 정책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기간 동안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초과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면 모든 근로자들을 실업 위기로부터 보호하고, 모든 아동과 노인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1400억 달러(약 154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