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쿼드 압박에 ‘약한 고리’ 인도 공략

입력 2021-02-07 17:39 수정 2021-02-07 17:44
다자안보협의체 쿼드에 참여하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국의 항공모함과 함정이 지난해 11월 아라비아해에서 열린 ‘말라바르 2020’ 2차 합동훈련에 참가한 모습. AP연합뉴스

중국이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이 참여하는 다자안보협의체 ‘쿼드’(Quad)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대중 포위망인 쿼드에서 결속력이 가장 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인도가 타깃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쿼드 강화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오는 8일 예정된 미국과 인도의 합동군사훈련(Yudh Abhyas)을 언급하며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중국을 억누르는 수단으로 인도를 활용할 수 있다”며 “인도는 미국과의 군사훈련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 언론이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에 의미를 부여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인도 언론들은 “이번 군사훈련은 미국과 인도의 국방 협력 및 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파트너로서 인도의 역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2년 시작된 미국과 인도의 합동군사훈련은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다. 유엔 통제하에 대테러 및 대전복작전 훈련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도 이번 훈련이 중국과 무관하고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이미 확정된 일정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의 첸펑 연구실장은 7일 글로벌타임스에 “이번 훈련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와의 방위 협력에 있어 트럼프 전 행정부와 폭넓은 공감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미국은 인도와의 관계를 이용해 중국을 계속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는 종교, 인종, 인권 문제에서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며 미국의 졸개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를 방문해 외교 정책에 관해 연설하는 동안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옆에서 경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일에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군 전략폭격기 B-1B가 인도 벵갈루루 기지에서 열린 ‘에어로 인디아’ 에어쇼에 참가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B-1B 랜서와 공군 40여명이 에어로 인디아에 참가했으며 실시간 항공 시연을 통해 장거리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에어쇼 참가이긴 하나 미국 폭격기가 인도 땅에 들어간 건 인도가 영국 지배를 받던 1945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압박은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취임 후 첫 전화통화를 하면서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신장, 티베트, 홍콩 문제를 두루 언급했다. 미 국무부 발표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대만해협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국제사회 체계를 무시하는 중국에 책임을 묻기 위해 동맹 및 협력국과 협업하겠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바이든 행정부가 쿼드 첫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쿼드 외교장관 회의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개최됐지만 정상회의가 열린 적은 없다. 2007년 4자 안보대화에서 시작된 쿼드는 한동안 유명무실하다가 2015년 인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탄력을 받게 됐다.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전 행정부 들어 강화됐고 바이든 행정부도 이어받는 분위기다.

쿼드 정상회의 성사 여부는 인도 정부의 의중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일본과 호주는 정상회의 개최에 긍정적이어서 인도 정부가 동의하면 실현된다고 전했다. 교도통신도 미국이 각국에 쿼드 정상회의 개최를 호소했지만 대중 정책에서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인도가 확답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