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도보 행진이 34일 만에 마무리됐다.
김 위원과 리멤버 희망버스기획단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34일간의 행진을 마쳤다. 김 지도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왜 오늘날에도 노동자들이 무더기로 잘리고 죽어가며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천릿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며 “앞으로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할지 모르지만 포기하지도 쓰러지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만 60세 정년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30일 부산 호포역에서 400㎞ 도보 행진에 나섰다. 경남 밀양, 경북 청도, 대구, 경북 김천, 대전, 천안, 경기 평택을 거쳐 서울에 입성했다. 김 위원은 이날 행진의 끝을 대우버스·아시아나케이오 등 해고 노동자들, 시민 등 700여명과 함께했다.
이들은 서울 동작구 흑석역에서부터 9명씩 거리를 두고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했다. 김 위원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명예회복과 복직을 촉구하며 48일째 단식 중인 농성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농성자들도 이날부로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1981년 용접공으로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 입사한 김 위원은 5년 뒤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조의 어용성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작성했다는 이유로 경찰 고문을 당한 뒤 해고됐다. 사측은 이 기간 김 위원이 무단결근했다며 칼날을 들이댔다. 그는 2009년이 돼서야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민주화보상심의위)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인정받았다.
하지만 사측은 지금까지 복직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여전히 ‘법적 절차가 종료돼 수용할 명분이 없다’ ‘김진숙이 해고된 대한조선공사와 한진중공업은 회사가 다르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주채권단인 산업은행도 ‘해고자의 복직 문제는 회사가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