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로 호실적을 올린 기업들로부터 ‘성과급 논란’이 확산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논란을 계기로 업종별 양극화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여당이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 도입이 공론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과급 논란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코로나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기업이 주를 이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컴퓨터·주변기기(30.7%), 인터넷서비스(27%), 게임소프트웨어(21.5%), 반도체 및 관련 장비(19.5%) 등 업종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매출이 늘었다. 반면 항공운수업과 호텔·레저업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4.2%, 30.4% 급감했고, 백화점 업종의 매출도 15.5% 줄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양극화 정도는 더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처음 논란이 불거진 SK하이닉스는 연봉의 최대 2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가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이 경우 연봉 6000만원 수준의 과장급에 해당하는 TL 초년차 직원이 1200만원의 초과이익분배금(PS)를 받게 된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이후 성과급 기준을 외부에 공개되는 영업이익과 연동하고, 우리사주·복지포인트 지급하는 등의 합의안을 도출하며 숨을 돌렸지만, 논란은 SK텔레콤과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 등으로 번졌다. 국내 최고 성과급을 자랑하는 삼성전자 내에서도 부문별 차등 지급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설 명절을 앞두고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들과 상여금조차 받지 못하게 된 중소·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은 이같은 성과급 논란에 허탈함을 감추지 않는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황모(30)씨는 “월급이 밀리는 경우도 다반사인 상황에서 수천만원대 성과급 보도를 접하면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고,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5)씨는 “생계가 막막해진 지금, 재난지원금 100만원 만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한숨지었다.
실적 증가가 노력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운도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사회와 나눌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익공유제와 맞닿는다. 기업의 이익을 협력사와 나누거나 기금을 조성해 금융지원을 해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에 기업 측에서는 강제적 이익 환수 방식과 일방적 성과급 상향 조정이 사업을 위축시키고 경제 활력을 꺾는다고 반발한다. 여전한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는 데다, 향후 전략 투자 계획 등이 포함된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은 7일 “기업이 적자를 감수하며 과감한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을 해온 것을 무시하고 코로나만으로 수혜를 봤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외국 기업에 적용하면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국내 기업에만 적용될 수 있어 역차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고 비판했다.
사회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는 성과급 논란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사측의 꾸준한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의 보상이 부당한 수준에 그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선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처럼 비쳐 주변 시선이 따갑지만, 자기 몫을 해낸 직원들이 합당한 대가를 받도록 경영진의 각성을 이끌어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