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 사태로 정국이 혼돈에 빠진 미얀마에서 시민들이 경찰에 강제 진압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비폭력 운동에 나섰다.
7일 AFP통신은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여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현지 SNS와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에도 양곤과 제2도시 만달레이, 수도 네피도 등에 수만 명이 모여 시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 시위대가 경찰 또는 군과 충돌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인터넷이 차단되기 전 현지 매체의 SNS 중계 영상에선 거리의 시위대가 경찰과 거리를 두고 구호를 외치는 등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 BBC는 일부 시위대가 시위 진압복 차림의 경찰들에게 다가가 장미꽃을 달아주면서 군정이 아닌 국민의 편에 서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냄비 등을 두드려 소음을 내는 것이 악마를 쫓아내는 의미라는 점을 빗댄 ‘냄비 두드리기’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이외에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상징색인 빨간색 풍선과 셔츠 등을 상점 거리나 아파트 베란다 등에 매달아 놓기도 했다.
민 민 아이(49)는 로이터통신에 “이는 비폭력 운동이다. 우리는 군부 독재자들에게 우리가 모두 수치 고문 편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병원 의료진과 필수업종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진료 거부나 사직을 통해 군정에 저항하는 움직임도 있다.
진료 거부에 나선 묘 묘 몬은 로이터통신에 “지속할 수 있고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저항할 것”이라며 “이것이 수치 고문이 바라는 저항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얀마에서는 지난 1988년과 2007년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전례가 있다.
1988년 9월 네 윈 정권에 저항한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해 3000명 이상이 숨졌다. 2007년 시위에서도 수백 명이 사망했다.
수치 고문도 이런 점을 우려해 쿠데타 당일 성명에서 국민들에게 쿠데타를 인정하지 말라고 촉구하면서도 ‘비폭력’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한국에 거주하는 20, 30대 미얀마 노동자들과 유학생들도 서울시내 곳곳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한 미얀마 청년모임’은 미얀마대사관, 미얀마대사관 무관부, 유엔사무소, 국회의사당, 광화문광장 등 5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부 쿠데타를 중단하고 수치 고문을 비롯한 문민정부 주요 인사들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얀마 문민정부를 되찾을 때까지 시민 불복종운동을 하겠다”며 “한국 정부도 미얀마와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