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상징 무등산을 공유화하자는 시민운동이 재점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등산 자락 신양파크호텔 부지 개발을 둘러싼 첨예한 논란이 불씨를 댕겼다.
광주시는 지난달 각계가 참여해 출범한 ‘무등산 난개발 방지를 위한 민관정학 협의회’가 무등산 공유화 건의서를 최근 전달해왔다고 7일 밝혔다.
지역구 국회의원, 광주시민 권익위, 무등산보호단체 협의회, 지방의회, 광주전남기자협회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건의서를 통해 “무등산 난개발을 막기 위해 광주시가 직접 호텔부지의 공유화·활용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013년 3월 국내 21번째 국립공원 지정에 이어 2014년 12월 국가지질공원, 2018년 4월 세계 137번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무등산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공공 유산이라는 것이다. 시는 이를 받아들여 원칙적으로 호텔부지를 공유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립공원 구역에서 500여m 떨어진 거리로 5층 미만 주택건축이 가능한 신양파크호텔 부지뿐 아니라 무등산 자락 곳곳에서는 각종 개발사업이 추진되거나 구상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립공원 경계 밖이라는 이유로 유원지·온천보호지구·자연녹지 등을 포함해 일정 규모의 상가, 음식점 등을 운영하려는 것이다. 무등산 자락에서 난개발이 이어져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1981년 무등산 자락 장원봉 인근 1만6000㎡에서 3성급 호텔로 문을 연 신양파크호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주의 대표적 호텔로 명성을 쌓았으나 2019년 말 수익성 악화와 시설 노후로 영업을 중단한 업체 측은 호텔부지를 포함한 2만 5800㎡에 지하 3층 지상 4층 6개 동 80여 세대의 고급빌라(연립주택) 신축 절차에 착수했다가 중단한 상황이다.
다행히 호텔부지를 둘러싼 개발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동안 주춤하던 무등산 공유화 운동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민관정학 협의회·시민단체의 반대여론을 의식한 호텔 대표는 “공유화 원칙에 동의하고, 공유화 협의 기간에는 개발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여기에 2~3년 전부터 광주 학동 등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천혜의 무등산을 조망할 수 없게 된 시민과 시민·환경단체들도 공유화 운동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인다.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광주·전남 20여 개 단체는 벌써 무등산 신양캐슬 신축반대 시민연대를 결성하고 이 운동에 힘을 싣고 있다.
무등산 공유화 운동은 무등산보호단체 협의회 창립 10주년을 맞은 1999년 공유화 기금 조성 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면서 시작됐다. 광주시는 앞서 1998년 ’무등산 보호 관리 기금 설치 민 운영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무등산권으로 설정된 115.76㎢ 면적의 79%를 차지하는 사유지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천문학적 재정 부담으로 한계에 봉착해 공유화 운동은 수년째 환경보호 운동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0년 6월 50여 개 단체가 참여해 출범한 무등산 공유화재단이 그동안 시민들로 기부받거나 매입한 공유화 토지는 52만9682㎡(16만여 평·공시지가 기준 4억7800여만 원)에 달한다. 재단은 지난해 각종 무등산 사랑 운동을 벌이고 남은 2000여만 원의 기금을 현재 보유 중이다.
재단이 공유화를 위해 매입한 토지는 2008년 12월 확보한 전남 화순 이서면 1만8843㎡가 마지막이다. 시민 김종훈 씨가 같은 해 7월 광주 동구 운림동 동적골 2579㎡의 토지를 기부한 이후 기증자도 더 나오지 않고 있다. 재단의 의욕과는 달리 10년 넘게 공유화가 사실상 진척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시민 박찬규(56) 씨는 “시와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연립주택이 세워지려던 호텔부지를 공인감정평가 후 사들여 ‘공유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했다”며 “기회가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난개발을 막는 데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민관정학 협의회 허 민 위원장은 “호텔부지 매입은 20년 넘게 추진해온 무등산 공유화 운동의 한 꼭지”라며 “시민운동을 통한 생태 도시 조성, 녹색 뉴딜,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무등산 공유화 운동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