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을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줄곧 플랫폼법 제정에 힘을 쏟았던 공정위와 기존 기득권을 주장하고 나선 방통위 간 영역 다툼이 국회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6월 디지털 공정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9월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쳤고, 지난달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갑자기 방통위가 지난해 12월 공정위안이 전기통신사업법과 중복규제 우려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입법을 통해 발의된 방통위안은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에게 규제를 부과했다는 점, 이용자 보호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공정위안과 다소 다르다.
부처 간 영역 다툼은 국회 상임위 간 다툼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지난 5일 플랫폼법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여기 참석한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전파연구본부장은 “법을 누가 만들고 집행해야 하는가를 살펴보면 유럽연합(EU)은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산하의 정보통신총국이, 일본은 통신규제기관인 총무성이 담당한다”며 사실상 방통위를 지목하고 나섰다.
과방위 관계자는 “플랫폼법 처리 과정에서 과방위 시각도 반영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다”며 “공정위는 공정거래 관점에서만 이해할 텐데, 여러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회 정무위원회와 공정위는 법안의 큰 얼개는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했는데 갑자기 방통위가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다”며 “사실 두 법안 내용도 그리 큰 차이가 없는데, 방통위가 의원 입법을 통해 법안을 발의한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ICT 산업발전 추세 속에서 공정위와 방통위가 지금부터 본격적인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나선 것이라 보는 시각도 많다.
공정위 관계자도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기존 공정위가 경쟁당국으로서 소비자법·공정거래법·약관법으로 담당하고 있던 것을 플랫폼에 적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법이 공정거래법을 플랫폼 분야에 맞게 정비한 수준이기 때문에 운용을 방통위가 맡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다만 방통위는 공정위의 ICT 규제 전문성이 의심되며, 이에 따른 부처 간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관할 법안인 전기통신사업법과 중복규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플랫폼법이 규제개혁위원회 본회의 심사를 통과했는데, 이는 전기사업법과의 중복규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키를 쥐고 있는 여당은 아직까지 법안을 어느 상임위에서 다룰 것인지 보류 중이지만, 조만간 상임위 간 교통정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이번주 내로 윤관석 정무위원장과 각 상임위 간사 등이 모여 어떻게 가닥을 잡을지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