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3도 혹한 속 ‘얼음 밑으로 뛰어든 소방대원들’

입력 2021-02-07 10:47 수정 2021-02-07 15:48
지난 3일 강원도 홍천강에서 수난 구조 훈련을 하는 구조대원들이 얼음 밑에서 잠수하고 있다.

38㎝의 두꺼운 얼음 밑으로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검은색 잠수복을 입은 소방대원들이 지난 3일 영하 15도의 혹한 속 강원도 홍천강 한복판에서 혹한기 수난 구조 훈련을 받고 있었다. 한 겨울 얼음 위에서 낚시하거나 썰매를 탈 때 얼음 밑으로 빠지게 되면 자력으로 탈출이 힘들어 구조대가 투입된다. 얼음이 없다면 소방대원들은 구조자와 함께 올라올 수 있지만 겨울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들어간 구멍이 아니면 물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 소방대원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

얼음을 깨고 홍천강으로 입수한 소방대원들.

입수 전 파이팅을 외치는 소방대원들.

영남 119 특수구조대 교관 최찬민 반장은 “국내에서 119 중앙구조본부만 대규모로 혹한기 다이빙 훈련을 진행한다”며 “흔치 않은 상황이겠지만 비슷한 사고 발생 시 정해진 절차와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36번째를 맞는 특수환경 수난 구조 전문 교육과정에는 사전 테스트를 통과한 24명이 소방관들이 2주간 다양한 환경에서 수난 구조 훈련을 받는다.

소방대원들이 지난달 27일 대구 수난 구조 훈련장에서 잠수훈련을 받고 있다.

소방대원들이 지난달 27일 대구 수난 구조 훈련장에서 잠수훈련을 받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2일간 이론교육을 거치고 실내 수영장에서 첫 잠수 훈련이 펼쳐졌다. 대구 달성군 영남 119 구조본부 수난 구조 훈련장에서 소방관들은 중성부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공기통 2개 기준 30kg가량의 잠수 장비를 들고 소방대원들은 일정한 높이에서 잠수를 유지했다. 실제 구조활동을 펼치는 동안 바닥의 침전물은 시야에 큰 방해가 되기 때문에 닿지 않으면서 움직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주로 강원도에서 빙상 구조활동이 잦은 만큼 실전 훈련지는 강원도 홍천으로 정했다.

선임교관들이 소방훈련생들의 장비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 조그마한 실수에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남 119특수구조단의 김경호(42) 소방장은 “실제 얼음이 깨져 빠졌을 경우 어떻게든 떠 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썰매를 타다가 송곳을 갖고 빠지면 앞에 얼음에 찍어 탈출하는 방법 외엔 구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온도가 낮고 바깥 기온조차 영하인 경우가 많아 같은 환경에 대한 구조 훈련은 필수적이다. 유난히 교관들은 장비가 서로 꼬이진 않았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천강 얼음 위 작은 텐트 안에서 실제훈련이 펼쳐진다.

바닥에 닿지 않게 잠수를 하며 탐색하는 소방대원들.

지난 3일 홍천강에서 잠수를 마치고 나온 최찬민 교관이 끓는 주전자 물에 손을 녹이고 있다.

홍천강에서는 소방대원들의 체온유지를 위한 텐트가 쳐졌다. 이날 대원들은 2도의 수온에서 30분 동안 수색 활동을 진행했다. 차가운 날씨에 공기 호흡기가 얼어붙자 끓는 물을 부으며 대처했다. 잠수를 마치고 나온 잠수부들은 손과 발을 뜨거운 물에 담그며 동상에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영하 13도의 차가운 날씨 속에 수난구조훈련을 소방대원들이 얼음을 잘라 내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훈련을 받은 광주소방안전본부 특수구조단 소속 박민규 소방관은 “특수환경에서 훈련할 기회가 흔치 않다”며 “잠수 기본과 구조 기술을 많이 배워 현장에 접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영하 13도의 차가운 날씨 속 홍천강에서 잠수를 준비하는 소방대원들.

홍천=권현구 기자, 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