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이냐, 선별이냐.”
긴급재난지원금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보편)에 대한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당시 100만원을 받았다면 최소 24만원, 최대 78만원까지 썼다는 다양한 분석이 있다. 비슷한 정책을 한 해외와 비교하면 소비 진작 효과가 유사하거나 높은 편이다. 다만 계층, 업종마다 효과가 어떻게 달랐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앞으로 시행할 재난지원금의 목적이 재분배용 소득보전인지, 경기부양용 소비진작인지 등을 방역 상황에 맞게 결정하고 이에 적합한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계소비성향 24.4~78.2%
지난 4~5일 열린 한국경제학회 ‘2021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는 지난해 5~8월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재난지원금은 정부가 준 돈이 지출로 이어지는 소비 진작 목적이 있었다. 이에 각 연구자들은 1차 재난지원금의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을 24.4%에서 78.2%까지 바라봤다. 예를 들어 한계소비성향이 50%라는 것은 100만원이라는 돈이 추가로 생겼을 때 이 중 50만원을 썼다는 뜻이다. 만약 원래 100만원을 쓸 계획이었던 사람은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먼저 쓴 후 기존 본인 돈은 절반(50만원)만 더 썼다고 볼 수 있다.1차 재난지원금의 한계소비성향은 고강혁 교수팀(24.4%), 한국개발연구원KDI(26.2~36.1%), 경기연구원(29.1~45.0%), 이우진·강창희·우석진 교수팀(65.4~78.2%), 노동연구원(70.4~76.2%) 등으로 차이가 크다. 반영한 자료·기간 등이 다른 것이 주된 원인으로 추정된다. 경기연구원은 수도권 8488가구 설문조사를, KDI·노동연구원·고강혁 교수팀 등은 카드 사용액을, 이우진·강창희·우석진 교수팀은 카드 사용액 외 다른 결제액까지 포함한 가계동향조사를 활용했다. 또 분석 기간의 경우 이우진·강창희·우석진 교수팀은 지급이 끝난 8월 말 이후까지 살펴보며, 상대적으로 긴 2~3분기(4~9월)를 살펴봤다.
전제가 다른 만큼 어떤 수치가 가장 정확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기존 해외 유사 정책(대만 소비쿠폰, 미국 세금감면 등)의 한계소비성향을 20~40%으로 보면 대체적으로 수치들이 비슷하거나 훨씬 높다. 1차 재난지원금은 일정 기간 내 쓰지 않으면 소멸되는 등 제한을 했는데, 이것이 다른 나라보다 한계소비성향을 높이는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특정 계층·업종에 더 효과 있었나
재난지원금은 1차 이후 2~3차는 선별 지급을 했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코로나19는 충격이 큰 곳(자영업·서비스업 등)과 덜한 곳(일반 업종), 수혜 업종(비대면 사업 등) 등이 다른데 굳이 피해가 덜한 계층까지 지원금을 줘서 각 가계에게 돌아가는 최종 총액을 적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방역 위기로 돈이 있어도 못 쓰는 사람들이 많으니 차라리 힘든 계층·업종에 몰아주자는 주장이 있었다.이에 대해서도 학계의 의견은 다양했다. 경기연구원은 “각 가구의 소득 수준 차이는 한계소비성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우진·강창희·우석진 교수팀도 “가구주의 교육 수준이 가구 유동성 제약의 적절한 대리 변수라고 봤을 때 1차 재난지원금의 한계소비성향은 교육 수준별로 약간이 차이를 보이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KDI는 “고소득 가구가 감염에 더욱 민감해 소비를 크게 줄였고, 코로나19 피해가 큰 대면서비스업 또한 방역으로 매출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며 피해 계층 선별 지급이 더 낫다고 밝혔다. 이철희 교수팀 또한 “아동돌봄쿠폰이나 재난지원금 같은 사회보장 지원사업의 대상 선정에 있어 재원의 제약이 있으면 저소득층 위주로 지급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다”고 전했다.
다만 경기연구원과 이우진·강창희·우석진 교수팀도 추후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은 발표문에 언급했다. 경기연구원은 “일부 모형에서 코로나19로 소득 감소 충격을 받은 집단의 소비 성향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평소 소득 수준은 소비 성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갑자기 소득이 감소한 가구는 다소 달랐던 것이다. 이에 경기연구원은 “경기부양 재난지원금 설계시 소득 충격 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선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우진·강창희·우석진 교수팀은 “가구주의 교육 수준이 가구 유동성 제약 정도를 적절히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며 “보다 명확히 규명하는 작업은 향후 연구 과제로 미룬다”고 덧붙였다.
소득보전, 경기부양 등 목적 맞는 방식을
결국 재난지원금은 여러 측면이 많아 상황에 따라 목적과 방식을 다르게 설계하는 유연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소비 진작이 커도 세부적으로 계층·업종별은 상이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그 시점의 방역과 재원 상태, 사회가 필요한 부분이 단순히 소득보전인지, 소비까지 이어지는 경기부양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이철희 교수팀은 “사회보장 사업의 효과는 대체로 유사하지만 정책의 대상, 시기, 방법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다양한 정책들의 효과를 비교 분석해 목적에 맞는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