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원 31명에 300만원…이 시국에 해외 연수?

입력 2021-02-07 10:00 수정 2021-02-07 10:01

충북도의회 전체 상임위원회가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국외(해외) 연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의회 올해 예산에 국외 여비도 슬그머니 인상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 방문 자체가 불투명한 시기에 국외 여비만 증액하고 보는 형태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외면하고 본인 밥그릇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의회 정책복지·행정문화·산업경제·건설환경소방·교육 등 전체 5개 상임위 소속 31명 의원들이 국외 연수를 떠날 수 있게 됐다. 도의장 등 9명 의원은 자매결연도시인 베트남 빈푹성을 방문해 지방의회 차원의 교류 확대할 계획이다.

도의회는 지난해 1억2100만원으로 정한 국외 여비와 자매·우호 협력도시 방문여비를 올해 1억2650만원으로 4.5% 인상했다. 이 중 국외 여비는 9300만원으로 31명 의원 1인당 300만원이 지원된다. 베트남 우호교류는 1350만원이 편성됐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국외 연수를 취소한 상임위 2개와 올해 예정된 상임위 3개 등 모든 상임위를 대상으로 국외 여비를 편성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내년 6월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하면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국외 연수라서 과감하게 예산을 책정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예산 심의를 하면서 국외 여비 인상이 적절한 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한 의원들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제 몫 챙기기’를 인정한 셈이다.

도의회는 매년 2~3개 상임위 국외 연수 여비를 편성하고 있다. 나머지 상임위는 통상 이듬해 국외 연수를 추진한다. 그러나 올해는 이례적으로 모든 의원들이 국외 연수를 떠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렸다.

박문희 도의장은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올해 국외 연수 대상자를 전체 상임위로 확대했다”며 “의원 1인당 국외 여비는 지난해보다 200만원 줄어 오히려 자부담이 늘게 됐다”고 해명했다.

도의회와 달리 지역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지방의회도 있다. 제천시의회는 올해 아예 국외 여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지난해도 4470만원을 전액 반납했다.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지역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아픔을 분담하자는 의지로 풀이된다.

제천시의회 관계자는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해 해외 출장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코로나19 관련 예산이 많이 사용됐기 때문에 예산 절감 차원에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주시의회, 충주시의회. 음성군의회 등 대다수 지방의회는 전년과 동일하게 국외 여비를 편성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방의원들의 해외 출장은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방의회에 예산 반납을 촉구했다.

최진아 충북참여연대 시민자치국장은 “지자체마다 예산이 부족해 주민들에게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올해 예산에 국외 여비를 책정한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충북도의회가 지난해 해외 출장을 취소한 의원들의 몫까지 챙겨 예산을 편성한 것은 질타 받아 마땅하다”고 전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