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성 치매와 당뇨를 앓고 있는 원로 여배우가 배우자와 딸의 방치 속에 프랑스에서 홀로 투병 중이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게시물에서 당사자의 실명은 관리자에 의해 가려진 상태인데, 네티즌들은 ‘알츠하이머’ ‘프랑스에서 투병’ 등을 들어 이 인물이 1960~70년대 정상의 인기를 누린 배우 윤모씨가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 가는 영화배우 A씨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됐다. 해당 청원은 7일 오전 2000명이 넘는 인원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A씨의 상태에 대해 “남편과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파리 외곽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외로이 알츠하이머와 당뇨와 투병 중”이라며 “수십년을 살아온 파리 외곽 지역 방센느에 있는 본인 집에는 한사코 아내를 피하는 남편이 기거하고 있어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가 있는 집에는 생면부지의 한 프랑스인이 세입자로 들어와 있는데, 이 프랑스인은 본인의 풀타임 직업이 있어 아침에 출근한다. 낮에 알츠하이머 환자인 A씨가 당뇨약 등 처방약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누가 도와주는지 딸에게 물어도 알려주지도 않는다”며 “필요한 약을 제때에 복용하지 못할 경우, 특히 당뇨약의 경우 치명적인 사태가 올 수도 있어 심히 염려가 된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근처에 (A씨의) 딸이 살기는 하나 직업과 가정생활로 본인의 생활이 바빠서 자기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며 “직계가족인 배우자와 딸로부터 방치된 채 A씨는 홀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혼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옥 같은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A씨의) 형제들이 딸에게 자유롭게 전화와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감옥 속 죄수를 면회하듯이 횟수와 시간을 정해줬다. 전화는 한 달에 한 번 30분, 방문은 3개월에 한 번 두 시간”이라면서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유린당하고 있고 인간의 기본권은 찾아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남편 B씨는 아내를 안 본 지 2년이 됐다. 자신은 더 못하겠다면서 형제들에게 아내의 병간호 치료를 떠맡기더니 2019년 4월 말, 갑자기 딸을 데리고 나타나 자고 있던 A씨를 강제로 깨워서 납치하다시피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후 B씨는 서울에 나타나 언론에 자청해서 인터뷰했다. 감추어도 모자랄 배우자의 치매를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 의식불명 또는 노망 상태인 것처럼 알린다”며 “(명랑하던 A씨는) 프랑스에 끌려가 대퇴부 골절로 입원도 하고 얼굴은 20년도 늙어 보인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A씨는 파리에서 오랫동안 거주했지만, 한국과 한국 영화를 사랑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A씨는 노후를 한국 땅에서 보내길 항상 원했고, 직계가족으로부터 방치되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박탈된 상황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남은 생을 편안히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제 자매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서 제대로 된 간병, 치료를 애원을 하고 대화를 요청했지만 전혀 응답이 없고 근거 없는 형제들 모함만 주위에 퍼트리니 마지막 수단으로 청원을 한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