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가 볼리비아가 닭고기 냉장트럭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수송하다 논란에 휩싸였다. 당국은 영상의 기온에서도 운반할 수 있는 러시아산 스푸트니크 V 백신인데다 관련 절차를 지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지에서는 빈약한 콜드체인(저온유통) 시스템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간) 로이터·EFE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볼리비아 중부 트리니다드에서는 항공편으로 도착한 코로나19 백신이 냉장 트럭으로 옮겨져 수송되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눈에 보기에도 낡은 트럭 옆면에는 닭고기 유통업체의 캐릭터가 로고와 함께 그려져 있었다. 전면에 걸린 볼리비아 국기와 뒤따르는 경찰차의 존재가 트럭이 공적 업무에 투입됐다는 점을 보여줄 뿐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를 두고 돌발 변수가 생겨 어쩔 수 없이 닭고기 트럭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역 보건당국이 준비했던 백신 수송차량에 문제가 생겨 긴급하게 냉장차량을 가진 업체들을 수소문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백신을 싣기 전 차량 소독을 마쳤고, 생물보안 규정도 철저히 지켰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해당 백신은 러시아산 스푸트니크 V 제품이었다. 이 백신은 영하 18도로 보관해야 하지만, 동결건조하면 영상 2∼8도에서도 보관·운반이 가능하다. 영하 75도 내외 초저온 보관이 필수인 화이자 제품과 비교할 때 취급이 수월한 것이다. 온도 등 요건만 맞으면 어떤 차량이 동원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고 EFE통신이 보도한 이유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수송 인프라가 극명히 드러났다는 볼멘소리가 크다. 아르투로 무리요 전 내무장관은 트위터에 “검증되지 않은 러시아 백신을 운반해준 닭고기 업체에 고마움을 전한다”며 정부 대응을 비꼬았다. 현지 일간 엘데베르도 초저온 유통이 필요한 화이자 백신 등 앞으로 더 많은 백신이 도착할 상황에 대비해 콜드체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볼리비아는 지난달 29일 스푸트니크 V 백신 첫 물량 2만 회분을 받아 의료진을 중심으로 접종하고 있다. 이달에는 화이자 백신 9만2430회분이 들어올 예정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