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사장님, 단골집이 생긴 것 같습니다”

입력 2021-02-06 00:06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단골집이 생긴 것 같습니다.”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글쓴이는 오늘부터 한 식당의 단골이 되겠다고 선전포고하듯 알렸습니다. 과연 어떤 사연일까요.

글쓴이는 이날 점심 ‘배달의 민족’ 어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메뉴는 모듬회에 오징어 튀김이었죠.

그런데 주문한 지 1시간째. 아직도 음식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쯤, 마침 사장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음식이 출발했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배가 너무 고프다는 글쓴이의 말에도 연신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이후 음식을 다 먹은 글쓴이는 ‘배달의 민족’ 리뷰란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배달이 조금 늦었지만 맛있었다고 말이죠. 그런데 몇 분 뒤에 사장님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고객님, 너무 죄송합니다ㅜㅜ 홀에 손님 계시고 혼자 제가 급하게 하느라 밑반찬이 빠졌네요ㅜㅜ 3일 전 주문하시고 재주문해주셨는데 넘넘 죄송해요. 이번 주문엔 실수투성이네요ㅜㅜ 여러모로 리뷰 볼 낯이 없네요. 그럼에도 리뷰 올려주셔서 넘넘 감사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글쓴이는 사장님이 너무 죄송해하셔서 오히려 당황했다고 합니다. 그는 서비스로 온 콜라를 마시며 나름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기 때문이죠. 그 때 글쓴이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식당 사장님의 문자였습니다.

“리뷰보고 너무 죄송해서 문자 남깁니다. 홀에 손님이 계셔서 혼자 허둥지둥 대다가 배달시간도 늦고 밑반찬도 빠뜨려서 불편하게 드시게 해서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너그러히 리뷰까지 남겨주셔서 너무 부끄럽기까지 하네요. 감사합니다ㅜㅜ”

글쓴이 역시 답장을 보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주셨음 좋겠어요. 전 즐거운 점심식사였고 밑반찬 정도야 다음에 먹으면 되죠. ^^ 손님이 많아야 좋은거에요. 전 맛난 회를 즐겼으니 사장님은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다음에 또 시킬게요. 그리고 서비스로 온 매운탕도 잘 먹겠습니다.”

사장님의 답장은 어땠을까요. “오히려 괜찮다고 해주시고 넘넘 힘이 되네요. 다음번엔 정신 바짝 차리고 실수 없이 단디 보내드릴게요. 덕분에 오늘 하루도 파이팅 넘치고 지칠래야 지칠수가 없을 것 같아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안전한 하루 보내세요.”

글쓴이는 재치있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제가 3일전에 주문한 고객이라 단골 잡으려고 그러신걸까요. 너무나도 정성이 묻어나는 메신저였네요. 그래서 전 단골이 되기로 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물론 이번 사연은 누군가에게 평범하고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층간 소음부터 배달 손님 갑질, 셔틀 도우미 막말까지…. 삭막한 뉴스가 넘쳐 흐르는 요즘 세상에 작은 미소를 번지게 하는 소식인데요.

세상에는 화나고 슬픈 소식보다 훈훈하고 배려 넘치는 일들이 더 많습니다. 다만 드러나지 않을 뿐이죠. 힘든 시기일수록 서로에게 북돋아주는 말을 해보는건 어떨까요.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장님과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하는 글쓴이처럼 말이죠.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