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 업체인 기린홀딩스가 미얀마 군부와 연계된 현지 업체에 투자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고 BBC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기린홀딩스 측은 미얀마 민주화 상황에 따라 투자를 결정했는데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벌임으로써 제휴를 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린홀딩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부가 무력으로 국가 권력을 장악한 행동을 벌인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이번 사태는 본사의 비즈니스 규범과 인권 방침에 전면으로 반한다”고 밝혔다.
기린홀딩스는 2015년 미얀마 총선을 통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가 출범하자 미얀마 국민과 미얀마 경제에 기여하기 위해 현지 투자를 결정했었다고 설명했다. 기린홀딩스는 미얀마 군부와 연계돼 있는 기업 미얀마 이코노믹 홀딩스와 합작 사업을 진행해왔다.
기린홀딩스는 “두 회사를 통해 미얀마 경제와 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앞으로도 당사가 변함없이 지향하는 목표”라면서도 “현재 상황에 비춰볼 때, 미얀마 군부와 거래가 있는 미얀마 이코노믹 홀딩스와의 제휴 사업은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기린 측이 미얀마 군부와 거래를 단절해야 한다는 주장은 쿠데타 전부터 존재했었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상당한 권력을 유지해온 군부에 자금줄 역할을 해준다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미얀마 군부가 지난 1일 쿠데타를 벌인 이후 미얀마 국민들 사이에서는 군부 연계 기업 제품을 불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불매 운동 대상에는 기린과의 제휴로 생산된 ‘미얀마 맥주’도 포함돼 있었다.
인권단체 ‘미얀마를 위한 정의’는 “기린 측의 대담하고도 시의적절한 움직임은 미얀마 군부에게 불법적이고 잔혹한 쿠데타와 지속적인 인종 청소,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는 용인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