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 꿈’ 이용해 60억 가로채고 명품 구입… 아파트 분양 사기업자 무더기 기소

입력 2021-02-05 14:00 수정 2021-02-05 14:01

무주택자와 소형주택 보유자 등 ‘내집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을 속여 조합에 가입하게 하고 모집한 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려 명품 구입 등에 쓴 지역주택조합 관계자 11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건설범죄형사부(부장검사 박하영)는 5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관련 비리 사건에 연루된 업무대행사 회장 A씨(59), 용역업체 회장 B씨(64), 지역주택조합 전·현직 추진위원장인 C씨(60)와 D씨(56) 등 11명을 사기·배임·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결과 A씨 일당은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토지 매입율과 토지 확보율 등을 부풀리는 등 사업 현황을 속여 조합원들을 모집하고 조합가입비 등 명목으로 자금을 걷었다. 특히 A씨와 B씨는 다른 인물을 업무대행사나 용역업체 대표로 내세우거나 도중에 법인을 폐업하는 등 배후에서 범행을 주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일당이 5년에 걸쳐 900여명의 조합원을 모집하고 60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걷었다. 검찰은 이중 피해를 진술한 125명이 낸 60억원에 대해서만 입건했다. 피해자 대부분 무주택자 또는 소형주택(85㎡ 이하)를 보유한 서민들이었다. A씨 일당은 차명 대표를 내세우고 차명 계좌를 사용하는 등 범행을 장기간 은폐하면서 피해는 더욱 불어났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무주택자이거나 소형주택을 1채 소유한 사람들이 모여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대상지의 토지를 확보해 공동으로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는 사업 방식이다. 조합 설립을 위해선 주택건설대지의 80% 이상의 토지에 대한 토지사용승낙서, 조합원 명부, 사업계획서 등이 필요한데 A씨 일당은 이를 속여 조합원들을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신탁사로부터 허위·중복 용역대금 명목으로 27억원을 지급받고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업무대행사, 용역업체, 조합 추진위 등에서 법인 자금 약 50억원을 횡령해 명품 구입,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동대문구청의 고발로 사건 수사가 진행되자 추진위 자금 4400만원을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쓰기도 했다.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원 대부분이 무주택 또는 소형주택 보유자로 내 집 마련을 하려던 서민의 심정을 악용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며 “피해 재산이 조합원들에게 반환될 수 있도록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