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가 ‘눈물의 하차’? 미스트롯2, 진달래 미화 논란

입력 2021-02-05 10:08 수정 2021-02-05 11:26
TV조선 '미스트롯2'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미스트롯2’가 학교폭력 가해자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학폭 의혹을 인정한 진달래가 오열하며 자진 하차 의사를 밝히는 모습을 방송 말미에 내보낸 것이다. 학폭을 눈물로 포장했다는 지적과 함께 시청률을 노린 자극적인 편집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미스트롯2는 지난 4일 준결승 진출자를 결정짓는 본선 3차 메들리 팀미션 2라운드 에이스전을 방송했다. 진달래의 학폭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첫 방송이었지만, 피해자를 고려한 편집은 어디에도 없었다. 진달래가 팀 에이스로 김다현을 추천하는 모습부터 무대 리액션까지 모두 전파를 탔다. 명백한 잘못으로 중도 하차한 출연자의 장면을 ‘통편집’했던 타 프로그램들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제작진은 심지어 방송 마지막 부분의 상당 시간을 눈물 흘리는 진달래의 모습과 출연자 교체 과정에 할애했다. 대기실 의자에 앉은 진달래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어차피 해도 통편집이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거면 그만하겠다”면서 오열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나왔다. 그 옆에 앉은 제작진은 안타까움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다른 출연자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다. 준결승을 앞두고 진달래와 듀엣 팀을 이뤘던 강혜연은 갑자기 파트너를 잃고, 결과적으로 경연에 피해를 입게 됐는데도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대체 출연자로 뽑힌 양지은만 부각됐을 뿐이었다.

앞서 네티즌 A씨는 중학교 시절 진달래에게 끔찍한 괴롭힘을 당했다며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A씨가 주장한 피해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맞는 등 수시로 구타를 당했다면서 “처음 맞은 날 귀에서 들리던 ‘삐’ 소리를 아직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주로 얼굴만 때리다가 귀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붓고 멍이 들자 어느 날부터 티 안 나는 몸을 때리기 시작했다”며 뭉툭한 신발로 머리, 가슴, 배를 걷어차는 등 심각한 수준의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놀이터에 있는 놀이기구에 태워 토할 때까지 빙빙 돌리고 통마늘을 억지로 먹인 적도 있다. 2~4만원씩 돈을 갈취하고 옷을 빌려 가 돌려주지 않은 적도 수두룩하다”고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진달래의 소속사 측은 “본인에게 이번 학교 폭력 논란에 대한 일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의혹을 인정하고 진달래가 미스트롯2에서 자진 하차할 계획임을 밝혔다. 진달래도 SNS에 직접 글을 올려 “어린 시절 철없는 행동이 아직 트라우마로 남으셨다는 말에 가슴이 찢어지게 후회스럽고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럽다”면서 “평생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명백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밝혀졌는데도 제작진의 무책임했던 편집에 네티즌은 분노하고 있다. 방송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의 관련 게시물 댓글에는 방송 편집을 비판하는 내용이 다수 올라왔다. “우는 걸 보고 진달래가 피해자인 줄 알았다” “가해자를 어떻게든 미화해주고 싶은 마음인가”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진달래를 아예 안 보이게 편집할 텐데” “마치 반성을 하는 것처럼 방송에 내보낸 제작진은 사과해야 한다” “방송으로 사과를 해야지 왜 우나” 등의 반응이었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방송 직후 게시된 시청자 의견에는 ‘학폭 가해자를 피해자처럼 포장한 방송’ ‘진달래의 피해자 코스프레’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