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을 면담한 직후 주변에 “‘탄핵 이야기 때문에 사표 수리를 못 해준다 한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말 재임용 불희망 의사를 표하면서 재차 사표 수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임 부장판사는 건강이 악화됐던 지난해 5월 가까운 법조계 지인들과 상의한 뒤 김 대법원장을 면담했다. 임 부장판사는 면담 직후 주변에 김 대법원장으로부터 사직을 만류당하며 들은 내용을 조금 토로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아는 한 법조인은 김 대법원장이 ‘탄핵’ 발언 의혹을 부인한 지난 3일에도 “탄핵 때문에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것은 그때부터 틀림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에도 사표 수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입장문을 통해 주장했다. “2월 말 임기만료로 퇴임하라는 것이 대법원장의 뜻”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법관들 사이에선 “김 대법원장이 끝까지 국회의 비난을 두려워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가 임 부장판사의 탄핵을 시도할 수 있도록 도운 셈이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애초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할 뚜렷한 명분은 없었다는 게 법원 안팎의 시각이다.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1심 무죄 선고를 받아 의원면직이 제한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큰 수술을 받은 상태였다. 한 법관은 “김 대법원장은 인권법의 대표라면서 대법원장이 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임 부장을 아는 한 법조계 인사는 “대법원장은 최근 ‘탄핵은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권한’이라는 입장을 냈는데, 지난해에는 왜 본인이 탄핵을 말하며 법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