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살아야…제주선 마을 회원되기 너무 어려워요”

입력 2021-02-04 17:41 수정 2021-02-04 19:40

귀농이나 귀촌을 목적으로 거주지를 옮겨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제주의 일부 읍면지역 마을에선 ‘마을회 회원’ 자격을 얻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연구원이 도내 총 234(읍면마을 134개, 동마을 67개)개 마을 가운데 마을 운영규약이 있는 읍면지역 134개 마을의 회원 자격 기준을 분석한 결과 25%에 가까운 33개 마을이 전입 후 일정 기간 경과 기준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3개 마을의 구체적인 기준을 살펴보면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신평리와 안덕면 덕수리가 전입 후 30년 실거주자와 그 가족(배우자, 후손)에 한해 마을회 회원 자격을 주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와 남원읍 수망리는 전입 후 20년 이상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와 한경면 낙천리,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는 전입 후 10년 이상 실거주자에게 마을회 회원 자격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라도가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리는 전입 후 10년이상 마라리에 자가 주택을 두고 실거주한 이에게만 회원 문호를 열고 있다. 이주민에 대해 회원 자격을 주지 않는 마을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대부분의 마을은 짧게는 3개월에서 주로 5년 이내의 실거주 기간을 두고 있었다.

이처럼 마을마다 회원 자격 기준이 크게 차이가 나면서 일부 마을에서는 마을회에 참여하지 못한 주민과 마을회 회원 간 갈등 발생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조사와 연관해 제주연구원이 도내 20개 마을 전·현직 마을회 임원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거주하는 마을의 운영규약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60%로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 14%에 비해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마을 주민은 주민등록 전입 신고를 한 후 해당 마을에 실제 살고 있는 자를 칭한다. 반면 마을회 회원은 마을 공동체 일원으로서 마을회 운영에서 일정한 의무와 권리를 갖는 주민을 뜻한다.

회원은 이장이 되거나 이장을 뽑을 수 있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비롯해 마을 총회에서의 의결권, 공공시설 사용권, 마을공동재산을 분배받을 권리 등을 갖는다.

최근에는 마을에 대한 행정 지원이 늘고 마을공동체 소득 사업이 상당 수 진행되면서 마을 자산 운영과 관련한 심의 의결에 참여하려는 일반 주민들의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조사를 진행한 제주연구원 관계자는 “마을운영 규약은 마을의 특성에 따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으나 지나치게 배타적으로 규정된 규약의 경우는 주민 간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며 “새로운 사회적 가치가 마을 운영규약에 담길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마을운영규약은 조선시대 유교적 실천 강령인 향약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마을마다 향약, 규약, 정관, 회칙, 세칙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1960년대 시작된 새마을운동의 부역을 위해 재정비되면서 주로 1970~1980년대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