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다가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운전 차량의 동승자가 법정에서 “기억이 안 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지희 판사 심리로 4일 열린 음주 운전자 A씨(34)의 3차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함께 기소된 동승자 B씨(47)의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B씨는 이날 “호텔에서 얼마나 마셨나. 사고 후 차량에서 왜 한동안 내리지 않았나” 등의 변호인 질문에 “정말 죄송하다. 제가 왜 그랬는지 기억에 없다”고 답했다. 이후 검찰의 반대 신문에서도 “피고인이 A씨에게 운전하라고 한 것을 알고 있느냐” “차량 탑승 후 2분 뒤에 출발했는데 이유가 뭐냐” “차 안에서 무슨 대화를 했느냐” 등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검사가 “사고 발생 이후 변호인 등 여러 명에게 전화를 했는데 왜 그랬냐”고 물어봤지만 B씨는 이 역시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죄송하다”고 답변했다. B씨는 이날 자신의 변호인과 검사의 질문 중 55차례나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1차 술자리 이후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의 편의점 간판과 호텔 테라스만 기억한다고 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어머님(사망자의 아내)이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라며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심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9일 0시55분쯤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벤츠 승용차를 400m가량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C씨(54)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당시 A씨가 운전한 벤츠 차량은 시속 60㎞인 제한속도를 시속 22㎞ 초과해 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했고,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4%로 면허취소 수치(0.08%)를 훨씬 넘었다.
B씨는 사고가 나기 전 A씨가 운전석에 탈 수 있게 리모트컨트롤러로 자신의 회사 법인 소유인 2억원 상당의 벤츠 차량 문을 열어주는 등 사실상 음주운전을 시킨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B씨가 A씨의 음주운전을 단순히 방조한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추긴 것으로 판단하고 둘 모두에게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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