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살인 고의 없다”던 9살 여행가방 살해범 근황

입력 2021-02-04 14:44 수정 2021-02-04 14:49
9살 A군을 여행가방에 감금 학대해 숨지게 한 성모(41)씨. 뉴시스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던 ‘천안 9살 여행가방 감금 사망’ 사건 가해자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아동복지법상 상습 아동학대·특수상해 피고인 성모(41)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대전고법에 상고장을 냈다. 정확한 상고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1·2심 변론 요지를 고려할 때 ‘살인죄를 적용한 원심 판단은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성씨는 지난해 6월 1일 충남 천안 자택에서 동거남의 아들이었던 9살 A군을 가로 50㎝·세로 71.5㎝·폭 29㎝ 크기 여행용 가방에 감금했다. 그 상태로 3시간가량 외출했던 그는 집에 돌아와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본 A군을 확인하고 가로 44㎝·세로 60㎝·폭 24㎝의 더 작은 가방에 들어갈 것을 명령했다.

끔찍하고 악랄한 학대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성씨는 자신의 친자녀와 함께 A군이 누워있는 가방 위에 올라 뛰었다. A군의 몸무게는 23㎏에 불과했고 그 위를 누르던 무게는 160㎏ 정도였다. 성씨는 또 A군이 실밥을 뜯어내 만든 숨구멍을 테이프로 막았다. 드라이기를 가져와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렇게 4시간이 더 지났고 약 7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던 A군은 정신을 잃었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성씨는 동거남의 또 다른 자녀였던 A군 동생을 학대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전설의 매’라고 이름 붙인 나무막대기로 아이를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성씨는 지난달 29일 항소심 법정에서 “살인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으로 일관했다.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자신의 죄책을 한정한 것이다. 성씨 측은 “진정으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면 친자녀들을 가방에 오르게 하는 등 범행에 가담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항변했었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아동학대치사죄라 하더라도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뒤 “아동학대치사라면 친자녀를 가담할 수 있게 한다는 식의 말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어 “피고인은 친자녀에게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며 “피해자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5년형을 내렸다. 이어 “우리 사회는 이 사건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이 범행은 일반인은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악랄하고 잔인하다”며 “재판부 구성원 역시 인간으로서, 부모로서, 시민으로서 사건 검토 내내 괴로웠다”고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