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정부가 잇따라 발표했던 고강도 규제책의 효과가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과 전셋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아파트값도 역대 최고로 올랐다.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고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도권 아파트 매수에 나서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은 4일 2월 첫째 주(1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0.10% 올라 지난주(0.09%)보다 오름폭을 키웠다고 밝혔다.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0.10%를 넘긴 것은 지난해 7월 첫째 주(0.11%) 이후 7개월 만이다.
정부가 지난해 6·17대책과 7·10대책을 발표한 이후 8~11월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0.01∼0.03% 수준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2월부터 거의 매주 상승 폭을 키우며 시장 불안이 감지됐다. 올해 들어서는 매주 0.06∼0.09% 수준으로 상승했고, 이번 주에는 0.10%에 도달한 것이다.
개발 기대감이 서울 아파트값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부동산원은 “역세권 등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및 안정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가운데 정비사업 진척이 있는 단지나 중저가 단지 위주로 아파트값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송파구(0.17%)는 신천·잠실동 위주로 가격이 올라 서울에서 가장 상승 폭이 컸다. 강남구(0.12%)는 도곡동 인기 단지와 자곡·세곡동 등 위주로, 서초구(0.10%)는 잠원동 재건축 및 서초동 위주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교통 호재가 있는 노원구(0.15%)와 마포구(0.14%), 동대문구(0.13%)를 비롯해 관악구(0.13%)와 영등포구(0.09%)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아파트값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번 주 0.33% 올라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서울 집값 상승이 부동산 수요를 서울 인근 지역으로 밀어내면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집값이 너무 오르고 전셋값마저 크게 뛰다 보니 실수요들이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 아파트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가 지난주 0.46%에서 이번 주 0.47%로 상승 폭을 키우며 역대 최고 상승률 기록을 다시 썼다. 과천과 인접한 의왕시(1.09%), 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가 있는 양주시(1.05%)와 남양주시(0.96%), 고양시(0.76%) 등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서울과 인접한 의정부시도 지난주 0.67%에서 이번 주 0.79%로 오름폭을 키웠다. 인천은 지난주 0.35%에서 이번 주 0.31%로 상승 폭이 둔화했다.
전세난은 전국에서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23%에서 이번 주 0.24%로 오름폭이 소폭 확대됐다.
서울은 지난주 0.12%에서 이번 주 0.11%로 상승 폭이 축소됐지만, 84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노원구(0.18%)가 상계동 구축 단지와 중계동 학군 인기 지역 위주로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또 성북구(0.16%), 은평구(0.15%) 등 강북 지역의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송파구(0.15%)와 용산구(0.14%), 관악구(0.14%) 등도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부동산원은 “서울 전세는 역세권이나 학군 인기 지역, 중저가 단지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입주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은 매물이 누적되면서 전셋값 상승 폭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전셋값은 0.23% 올라 지난주(0.22%)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경기는 지난주 0.27%에서 이번 주 0.29%로 상승 폭이 커졌지만, 인천은 0.29%에서 0.22%로 줄었다. 경기에서는 남양주(0.88%), 의정부(0.72%), 평택(0.44%), 시흥(0.38%) 등의 상승 폭이 컸고, 인천은 서구(0.35%)와 부평구(0.27%)를 중심으로 올랐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